당분간 역사·영토갈등-대화유지 '투트랙'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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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베이징 APEC정상회의에서 첫 만남을 가진 시진핑과 아베. (AP=연합뉴스DB) |
아베의 '물타기 담화'에 중일관계 개선도 '난망'(종합)
열병식 계기 아베 방중 및 중일 정상회담 가능성 희박해져
당분간 역사·영토갈등-대화유지 '투트랙' 지속 전망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주변국들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의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함에 따라 중일 관계도 당분간 경색국면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은 국제사회의 2차대전 승리 70주년 기념일에 군국주의 침략전쟁의 성격과 전쟁 책임에 대해 분명하고 확실한 설명을 하고 피해국 국민들에게 진정한 사죄를 해야지 그 어떤 것도 가려서는 안된다"며 아베 담화를 비판했다.
또 외교 고위당국자가 주중 일본대사에게 '엄중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신화통신은 이미 "진정성 시험서 불합격", "'언어적 트릭'(말장난)", "무라야마 담화에서 후퇴", "비비 꼬아놓은 수사" 등의 보다 구체적인 표현이 담긴 강경한 어조의 논평을 발표하며 중국이 앞으로 역사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여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 측이 이처럼 아베 담화를 강하게 비난한 것은 담화 내용이 기대에 못 미쳐도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일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당국은 비록 아베 총리가 '진정한 사죄' 등의 표현을 담화에 넣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중국에 대한 성의를 담을 것으로 내심 기대해왔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날 담화에서 '과거형'으로 반성, 사죄를 언급하는데 그쳤고 침략이라는 표현도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의 아시아인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마음에 새기고…"라는 대목에서는 스스로 일제 침략의 최대 피해자라고 여기는 중국을 맨 마지막으로 언급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의 '물타기식 담화'로 일단은 중국의 항일전쟁 70주년 기념식(9월3일)을 계기로 성사 여부가 주목됐던 아베 총리의 방중과 중일 정상회담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의 '외교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지난달 방중해 일각에서는 '물밑조율'이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아베 총리가 최근 보수층을 의식해 방중 계획을 접었다고 한 외신이 보도하면서 그의 방중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중국의 역사공세가 아베 담화를 계기로 더욱 고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당국은 이미 열병식 분위기를 고조시킬 목적에서 일제 전범들의 자백서 31편을 하루 한 편씩 공개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관영언론들을 통해 항일전쟁 특집기사를 쏟아내는 등 그야말로 역사 총공세 모드에 돌입한 상황이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는 지난해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총리의 첫 만남을 계기로 조성된 양국의 대화 분위기가 아베 담화의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양국 간 역사 갈등이 좀더 첨예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고위급 등 각종 외교·안보 대화 중단 등으로까지 상황이 악화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초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야치 국장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문제와 역사인식 등에 대한 4개 항에 합의한 이후 양국은 암묵적으로 역사·영유권 갈등과 경제협력·안보대화를 분리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2012년 9월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하면서 거의 바닥 수준까지 근접했던 양국 관계는 4개 항에 합의한 이후 첨예한 역사, 영유권 갈등 속에서도 중일 정상회담과 고위급 정치대화 등을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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