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상승 방치하다 절하로 돌아선 이유는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중국이 갑자기 위안화 가치를 사흘 연속 평가 절하한 것은 '강한 중국'을 연출하는데 한계를 노출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위안화 절하는 수출 부진을 타개하고 경기를 부양할 목적인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문제는 시세를 조금씩 낮게 유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평가 절하를 국내외에 선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인민은행은 이번에 위안화 평가 절하를 발표하면서 기준율 산정을 시장 수급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다고 꼬집었다.
인민은행은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2008년 7월에는 위안화와 달러화를 슬며시 연동시킨 전과가 있다는 것이다. 페그제 부활을 전후로 아무런 설명도 없었기 때문에 환율 변동이 없어진 것을 시장이 눈치챈 것은 그 몇 달 뒤였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앞으로도 형편이 나빠지면 인민은행이 새로 채택한 제도를 변경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자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있음에도 위안화 가치의 상승을 용인해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추산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위안화 실질 실효환율은 2010년을 100으로 할 때 130으로 올라 전년 동월 대비 16포인트가 상승했다. 그 이전 1년은 반대로 2포인트 하락했었다.
다수의 통화에 대한 위안화의 종합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실효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경기에도 마이너스가 된다. 인민은행은 그럼에도 기준율을 내리지 않고 위안화 가치의 급상승을 용인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인민은행이 위안화가치 상승을 방치한 것은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위안화의 가치가 오르면 위안화를 보유하고 이를 무역 결제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도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의 상승은 각국의 달러화 이탈을 부추기려 하는 중국의 의도에 부합한다.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는 중국이 목표로 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준비통화에 편입되는데 도움이 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인민은행이 돌연 평가 절하를 단행한 것은 위안화의 위상 강화 보다는 국내 경기를 우선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직전처럼 기준율 산정방식을 슬며시 바꾼 것이 아니라 대내외에 공개적으로 발표한 데서 절박함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위안화의 변동폭 확대"라는 모호한 표현으로는 평가 절하의 의지가 전달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진핑 정권이 국내에서는 부패추방의 기치를 내걸고 권력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국제적으로는 경제와 정치 양면에서 영향력 강화를 노리고 있지만 현재의 중국 경제는 정부의 부양책으로 균열을 겨우 막고있는 상태라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논평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정권이 '강한 중국'을 연출할 만큼의 여유가 없어졌다고 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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