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지도자들의 현실정치 개입에 대한 '경고'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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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무기징역, 왼쪽),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무기징역, 왼쪽두번째),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사망, 왼쪽세번째), 링지화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사법처리 진행 중). 시진핑 체제들어 몰락한 고위인사들로 중국의 '신4인방'으로 불린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中 '원로정치' 공개비판…베이다이허 회의 대못질(?)
"사람이 떠나면 차가 식는 건 당연…인정-원칙 관계 잘 구분해야"
전직 지도자들의 현실정치 개입에 대한 '경고' 해석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중국공산당이 최고지도부와 원로들 간의 '비밀회동'으로 불리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열리는 와중에 원로정치를 공개 비판하고 나서 배경을 놓고 무성한 관측이 일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10일 '사람이 떠나면 차가 식는 것은 당연한 이치'(辯證看待人走茶凉)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당의 일부 간부가 은퇴하고 나서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며 새 지도부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비판했다.
논평은 "현직에 있을 때에 심복을 통해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놓고 실제 퇴임 후에 국가기관의 중요한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그만두려하지 않는다"며 이런 행보는 새 지도부가 과감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중국공산당의 대표 기관지가 은퇴 지도자들을 공개적으로 맹비난한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이에 대해 신경보(新京報) 등 일부 중국언론은 정치, 안보, 경제분야 등에 방대한 측근조직을 구축해놓고 퇴임 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해온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무기징역) 등 이미 처벌받은 부정부패 관료들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너무 소박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논평은 원로정치 폐단의 더욱 깊숙한 곳을 찌르고 있다
인민일보는 "퇴직 후에도 온갖 방법을 동원해 권력과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경우"와 "자신의 이권보호를 위해 현직에 있는 가족, 친척, 친구 등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경우"를 싸잡아 원로정치의 폐단으로 지목했다.
또 전직 지도간부들에 대해 "인정(대우, 관심)과 원칙을 잘 구분해야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전직 지도자들이 가족, 친척들이 소유한 거대한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중국공산당의 원로정치 폐단에 대한 강력한 성토가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에 나왔다는 점에서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원로정치 대못박기'에 나섰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그동안 중국 원로정치의 상징처럼 인식돼왔다.
사실 중국의 집단지도체제가 시진핑 체제 들어 1인 권력 집중체제로 크게 변화하면서 베이다이허 회의도 과거보다 크게 위축됐다는 평가가 많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권력기반을 공고히 한 시 주석이 원로들의 노골적인 개입을 싫어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원로들의 정치개입에 대한 제도적 장치로 여겨져온 베이다이허 회의를 계속 축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최근 중화권 매체에서 나온 한 보도는 관심을 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며칠간 (베이다이허) 해변에 나타났지만 찾아와 인사를 하는 사람이 훨씬 적어졌다"며 "그를 만나려고 줄을 섰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심지어는 "장 전 주석이 금융, 전력 등 부문의 옛 부하나 지인들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베이다이허에 얼굴을 내비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인민일보의 이번 보도가 과연 장 전 주석 등 전직 최고지도부에 대한 처벌을 시사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오히려 처벌보다는 가족들의 이권 보호 등을 위해 현실정치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경고' 쪽에 무게가 쏠려있다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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