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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남해구단선(점선형태로 된 황색선). <<바이두 이미지 캡처>> |
중국, 70년전 '남해9단선' 영해기선으로 고집할까
왕이 외교부장 "유엔협약으로 평가하는건 불공평" 발언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약 70년 전 남중국해에 설정한 가상의 선인 '남해 9단선'을 영해기선으로 고집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위해 동남아를 순방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3일 싱가포르를 방문해 기자회견에서 "9단선은 1940년대 중국정부가 확정하고 역대 중국정부가 계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정부가 9단선을 확정하고 나서) 40년 뒤 만들어진 '유엔해양법협약'(UNCLOS.1982)으로 9단선을 평가하는 것은 분명히 불공평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남중국해 문제의 초점은 9단선이 아니라 일부 국가들이 중국의 '난사군도'에 있는 섬을 불법점령한 데서 빚어진 '영토주권 갈등'이라고 주장했다. 또 9단선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역사를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꿍꿍이가 있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왕 부장 발언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일각에서는 9단선이 일종의 영해기선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깔렸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번 발언은 9단선의 문제점을 국제무대에서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있는 필리핀의 공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왔다. 따라서 이 발언은 남중국해 문제 당사국들 사이에서 9단선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될 가능성을 예고한다는 시각도 있다.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nine dash line. 이하 9단선)'은중국이 남중국해에 설정한 가상의 선으로, 국민당 정부 시절인 1947년 11단선을 담은 공식 지도를 제작·출판하면서 만들어졌다.
1949년 수립된 중화인민공화국 역시 1953년 새 지도를 반포하면서 이를 계승했다. 다만 기존의 11단선을 지금의 9단선으로 변경했다.
이 9단선 안에는 남중국해의 80% 이상이 포함된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필리핀명 칼라얀 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 등이 모두 들어가 있다.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벌이는 국가들은 이 9단선을 근거로 중국이 남중국해 전체를 '내해'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해왔다.
9단선이 일종의 국경선의 의미를 띠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중국은 지난 수십 년 간 이 선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9단선이 중국 영해기선을 표시한 것인지, 아니면 9단선 안쪽의 섬과 그 주변의 일부 해역만을 중국 영토·영해라고 규정한 것인지 분명치 않다.
다만, 중국의 국제법 전문가 사이에서는 대체로 중국이 9단선 안의 섬과 그 부속 해역에 대해서만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해석이 다수설이고, 국제법적으로도 9단선과 같은 거대한 영해기선을 인정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네덜란드 헤이그 유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는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남중국해 분쟁을 중재하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했으며 9단선 도 조사검토 대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부터 이틀 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미국, 중국,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ARF 등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이 9단선을 포함한 남중국해 문제가 최대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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