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중국 증시 부양책으로 '애국주의' 등장
(서울=연합뉴스) 조성대 기자 = 중국이 위기 국면에 빠질 때마다 단골 처방으로 등장하던 '애국주의'가 경제 위기에도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증시가 당국의 긴급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급락세가 지속되자 증시를 살리기 위해 주식 투자에 참여해달라며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3일 보도했다.
미국에서 중국 매체 동향을 관찰하고 있는 원윈차오(溫云超)는 2일 중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예사롭지 않은 글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VOA는 전했다.
중국 대형 포털 사이트 신랑(新浪·sina)이 운영하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의 차오쩡후이(曹增輝) 상무부총경리(부사장)는 이날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둥지가 엎어지면 성한 알이 없다"며 "공매도를 하는 적대 세력과의 결전에 나서 증시를 위기에서 구하자"는 글을 올렸다.
한 누리꾼이 증시 수호를 위해 자신의 계정 프로필 사진을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로 바꾸자는 제안을 한데 대한 댓글 형식이었다. 그의 계정에는 홍콩의 유명 영화배우 겸 가수인 류더화(유덕화·劉德華)로 보이는 한 남자가 오성홍기를 흔드는 모습이 올랐다.
중국의 선전과 상하이(上海) 증시가 지난주 급락하자 중국 인터넷에는 골드만 삭스 등 외국의 큰 손들이 공매도를 통한 '작전'으로 중국 증시를 짓밟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아 중국 당국이 증시 위기의 속죄양을 찾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증시 수호를 위한 '애국자'들의 SNS 계정에는 중국의 '수구 세력'을 비난하는 글들도 눈에 뜨인다.
원윈차오가 캡처한 웨이보의 한 화면에는 '증시 활황이 다시 오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 부주석 집안이 정치적 목적으로 거액의 공매도에 나서고 있으나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최선을 다해 대응 조처를 취할 것"이란 댓글이 보였다.
'증시 수호 애국주의'에 반발하는 댓글들도 빗발쳤다고 VOA는 전했다.
한 누리꾼은 "증시와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주식 매입에 나서라는 호소는 정상적인 처방이 아니고 환상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다른 누리꾼은 "증시 위기는 증권 당국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는데 외국 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웃기는 이야기"라며 "정상적인 증시 부양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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