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입 작문시험이 유발한 네티즌 '신상털기'로 시끌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0 14: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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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중 통화' 아버지 신고한 딸' 문제 관련 엉뚱한 사람이 딸로 지목돼

중국 대입 작문시험이 유발한 네티즌 '신상털기'로 시끌

''운전중 통화' 아버지 신고한 딸' 문제 관련 엉뚱한 사람이 딸로 지목돼



(베이징=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 중국의 대입 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서 출제된 작문 문제가 네티즌들의 '인육수색'(人肉搜索·신상털기식 개인정보 수집)의 대상이 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 신경보에 따르면 중국 허베이(河北), 허난(河南), 산시(山西), 산시(陝西), 장시(江西)성은 7~8일 치러진 한국의 대입수능격인 가오카오에서 동일주제로 작문시험을 냈다.

아버지가 고속도로에서 운전중에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것을 대학에 다니는 딸이 말리다 못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로 경찰에 신고한 것을 두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 딸 혹은 아버지 아니면 이 사건 관련자에게 한 통의 편지를 쓰라는 것이 시험문제였다.

이 작문시험 주제는 실제 발생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후베이(湖北) 공안이 지난 5월 7일 이 사건을 접수했고 아버지는 정상을 참작해 경고처분, 대의멸친(大義滅親·정의를 위해서는 부모형제라도 봐주지 않는다)한 딸에게는 100위안(1만7천원)의 장려금을 주려했지만 딸이 거절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언론이 다뤘다. 공안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아이신(愛心)과 인터넷에서 여성을 주로 호칭하는 구냥(<풀초밑에 姑>娘)을 합쳐 '@아이신구냥'이라는 가명을 만들어 신고자로 매체에 제공했다. 제공 당시에 같은 이름의 네티즌은 없었다.

하지만 작문 문제가 공개된 후 '@아이신구냥'이라는 이름을 쓴 네티즌이 '색출'되면서 인육수색의 대상이 됐다. 본인은 사건의 실제당사자가 아니라고 극구 해명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이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를 폐쇄했다.

네티즌들 가운데는 딸의 고발행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경우도 있었지만 일부 수험생들 위주로 "너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는 비이성적 욕설도 많았다.

작문 시험 주제로 적정했는지도 논란이 됐다. 이 문제는 윤리와 법리의 선택을 다룬 문제지만 부모에 대한 친정을 돌아보지 않음으로써 수험생들을 곤혹스럽게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시험이 끝난 후 시골 벽지의 학생들이 인터넷에 '한번도 고속도로를 본적이 없다"고 글을 올려 고속도로에서 전화통화의 위험성을 학생들이 제대로 인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차라리 창장(長江) 유람선 침몰사건을 작문 주제로 올렸다면 전국의 학생들이 할 말이 많았을 것이라고 지적도 나왔다.

베이징대학 사회학과 샤쉐롼 교수는 '부모가 사랑으로 자녀를 대하고 자녀는 부모에 효도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에 비춰보면 결코 딸이 아버지를 고발해서는 안된다면서 하지만 딸의 고발이 사회공공질서와 법률의 준수에서 나아가 결국에는 아버지의 생명안전을 보호했다는 측면에서 "효도를 했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에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댓글 비방행위에 대한 처벌이 약해 희생자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안이 실제 당사자가 아니라고 밝혔음에도 '@아이신구냥'이 가오카오 이틀간 발송한 9개의 웨이보에는 6만개의 댓글이 달렸다. 모두 그녀를 욕하거나 악의적인 공격 일변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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