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中증시> 광장서 춤 사라졌다…하루종일 주식에 집중
바링허우·주링허우 가세…'신창타이'보다 '일대일로'에서 증시 낙관
(베이징=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 중국 주요 도시의 공원이나 아파트내 광장에서 아줌마들이 사라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시 당국은 최근에 확성기를 틀어놓고 주위를 소란하게 하는 광장무(廣場舞)에 대해서는 경고, 벌금 부과 등의 처벌을 하겠다는 조례를 마련했지만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다.
중국에서 증시가 폭발하면서 아줌마들이 뒤늦게 주식에 대한 열공모드에 돌입, 광장에 나올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지난 수년간 부동산 열풍, 금 매입 등의 배후에는 다마(大女+馬)라고 불리는 40-60대 중년 아줌마들이 있었다. 중국 증시에서 다시 황소장이 도래하면서 다마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마들은 광장에서 춤추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투자자들과 정보를 나누고 인터넷을 통해 종목분석에 여념이 없다.
중국 남부 난닝(南寧)에 사는 원(溫)모 여사는 퇴직한지 2년째다. 평소 아침저녁으로 두 차례에 걸쳐 부근 진화(金花)공원에서 춤을 추는 게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3월 증권사에 가서 계좌를 개설한 이후에 춤을 포기했다. 함께 춤을 추던 가까운 이웃이 주식투자로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는 말을 듣고 그녀를 따라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투자를 시작한 이후 원 여사의 생활이 많이 바빠졌다. 이전에는 아침 8시에 손녀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후 시장에 들러 반찬을 사거나 광장에서 춤 또는 태극권을 하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주식시장이 열리기전 아침시간에 그날의 투자전략을 세우느라 바쁘다. 손녀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난 후에는 인터넷에 들어가 그날의 경제뉴스를 분석한다. 저녁에는 주식투자를 하는 친구들과 교류에 바쁘다.
그녀는 "3월부터 은행, 군수업체, 증권, 보험 등에 주로 투자해 한 달 새 30%의 수익을 올렸다. 광장무보다 훨씬 중독성이 강하다. 현재 함께 춤을 추던 10여명 가운데 3분의 1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증시를 이끌고 있는 또 다른 주력 부대는 화이트칼라 층이다. 80년대,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른바 바링허우(80後), 주링허우(90後)가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시간이 자유로운 다마들에 비해 주식투자가 고달플 수밖에 없다.
근무시간에 주식시장을 살필 시간을 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오후에 점심시간을 쪼개 시장상황과 정보를 살핀다. 근무시간에는 딴 생각을 하다 보니 잔업을 통해 업무의 진도를 맞추는 일도 빈번해졌다.
중국 증시가 활황세를 보였던 2007년 당시에 이들은 대학에 다니거나 갓 졸업한 직장인들이어서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이전 수년간은 증시가 침체일로에 있었기 때문에 재테크는 금이나 은, 이재상품 가입이 고작이었다.
90년대에 출생한 가오(高)모씨는 "활황증시에서 종목만 제대로 고르면 몇 번의 상한가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 누가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바링허우나 주링허우 가운데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증시는 수년전 부동산 광풍에 못지 않은데 기회를 놓치면 뒤로 밀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난닝의 또 다른 다마 가운데 한 명인 텐(田)모 여사는 직장 동료들과의 인사가 '밥 먹었느냐'에서 `주가가 올랐느냐'로 바뀌었다면서 3월 계좌 개설이후 3만위안(530만원)을 내고 인터넷으로 주식강좌를 듣고 있다. 텐 여사는 베이징의 지명도 있는 증권분석가로부터 오후 8∼10시에 강의를 듣고 있는데 투자종목에 대한 질의를 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최소한 수업료는 이미 벌었다고 전했다.
중국 증시는 지난해 11월부터 황소장에 진입했다.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열기가 비등점까지 올라왔다.
지난 한 달간 400만명이 새로 계좌를 개설했다. 3월 마지막 주에만 166만명이 계좌를 열었다. 주간단위 사상 최고 기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3일에는 '1인 1계좌'의 족쇄를 풀었다. 20개까지 계좌를 가질 수 있게 문호를 열었다. 증권사로서는 위기일 수 있지만 투자자들서는 입맛에 맞는 증권사를 찾아갈 수 있게 됐다.
현재 중국 증시에서 거래금액 가운데 개인투자자 비율은 90%다. 2007년 활황장에서 있었던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한편으로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중국은 신창타이(新常態) 진입을 선언하면서 더 이상 고속성장을 추구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기하강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과 자금이 받쳐주더라도 경제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증시 활황이 오래갈 수 없다.
중국 증시는 지금 신창타이가 초래할 수 있는 어두운 면보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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