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경제권 자본유입→자본유출 대반전 시작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02 1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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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작년 3∼4분기 연속 순유출 기록…금융위기 후 처음"
올 1분기도 작년 4분기 수준 웃돌듯…한국도 순유출 확대

신흥경제권 자본유입→자본유출 대반전 시작

FT "작년 3∼4분기 연속 순유출 기록…금융위기 후 처음"

올 1분기도 작년 4분기 수준 웃돌듯…한국도 순유출 확대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2008~2009년 금융위기가 끝난 이후 신흥경제권에 계속 몰려든 자금이 방향을 바꾸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한국 등 신흥경제 15개국을 대상으로 한 ING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 신흥경제 자본유입은 3천924억 달러의 순유출을 나타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3분기~2009년 1분기 순유출은 5천459억 달러였다.

올해 1분기에도 추세가 이어지면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1분기 순유출이 지난해 4분기 수준을 웃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분기별로는 지난해 3분기 1천422억 달러, 4분기 2천502억 달러로 확대됐다. 2개 분기 연속 순유출을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2011년 4분기와 2012년 2분기에도 순유출을 보였지만 규모는 1천억 달러 안팎이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지난해 하반기 2천500억 달러를 넘는 순유출을 나타냈다. 1년 전의 1천750억 달러 가량의 순유입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은 자본 순유출 규모가 확대됐다. 2014년 하반기 순유출 규모가 1년 전의 두 배인 500억 달러 수준으로 커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제재를 받은 러시아는 지난해 하반기 중국 다음으로 자본이 많이 빠져나갔다. 1천억 달러를 넘는 자본이 이탈했다.

이외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등도 자본 순유출 확대를 보였다.

이처럼 신흥경제에서 자본이 대거 빠져나간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기준금리 인상 논의와 맞물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을 꼽을 수 있다.

또한, 국제 원자재 등 상품가격 약세가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의 경제성장 전망을 악화시킨 것도 한몫했다.

신문은 전례 없는 규모로 이어져 온 신흥경제 자본 순유입 흐름이 꺾인 신호로 해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마틴-잔 바쿰 ING 투자운용 신흥경제 투자전략가는 "신흥경제 자본 순유출은 미국의 제로금리 시기에 신흥경제에 과도하게 몰렸던 자본이 점진적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을 알린다"고 말했다.

신문은 신흥경제권 자본 순유출 전환에 따른 고통이 금융시장을 넘어 취약한 신흥국의 경제와 기업들에 체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쿰 투자전략가는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 러시아, 콜롬비아, 말레이시아 등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반면 태국, 중국, 터키 등 과다 차입국들 역시 위험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흥경제국들은 자본이 꾸준히 유입되지 않으면 부채 상환과 적자 재정 운영, 인프라 투자 재원 확보, 기업의 성장 등에 쓸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 부닥친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신흥경제국들의 부채가 2013년 말 현재 49조 달러로 증가해 이 기간 전 세계 부채 증가액의 47%를 차지했다. 이 같은 비율은 2000~2007년의 두 배에 달한다.

아울러 신흥경제에서 자본이 빠져나감으로써 경제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신흥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5%에서 올해 4.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높은 수준의 원자재 가격이 유지돼온 '슈퍼사이클'이 끝났고, 저유가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신흥경제 전체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도는 에너지 가격 하락에 경상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었고 여전히 자본 순유입을 보였다. 인도네시아와 멕시코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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