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주들의 신임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20여 일간 지속된 '롯데 사태'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의 안건은 경영권과는 큰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 건과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관한 방침의 확인' 건의 원안 통과는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준 것이어서 신 회장의 입지는 더욱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롯데그룹은 오히려 양국 국민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출발대에 섰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확고히 장악했다는 것과 '롯데 사태' 과정에서 드러난 그룹의 수십년 적폐를 해소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신 회장의 승리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추동력이 확보됐다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개혁을 실천하지 않으면 롯데그룹은 희망이 없다. 신 회장은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 중장기적인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한 순환출자 해소 계획을 밝혔다. 국민에게 한 약속인 만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국민의 차가운 시선과 정부, 정치권의 압박을 모면하기 위한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에서 이런 약속을 한 것이 아니라면 더욱 본질적인 부분까지 뜯어고쳐야 한다. 롯데그룹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0.05%이고, 자녀 등 친인척 지분을 모두 합쳐도 2.41%에 불과한데도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순환출자 덕분이다. 롯데가 순환출자 고리를 연내에 80%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중요한 연결 고리들은 그대로 둔 채 시늉만 내면 결국 이른바 '황제 경영'의 폐해는 그대로 온존하고 시대착오적인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재계 5위답게 지배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겠다는 각오를 보여야 한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성장했지만 이번 분쟁 과정에서 '일본 기업 아니냐'는 비판 속에 불매 운동까지 벌어졌다. 글로벌 시대에는 기업의 국적보다는 그 기업이 얼마나 투자하고 고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기업의 경영이 일본 주주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더구나 그런 기업을 두고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까지 발생했다면 얘기가 다르다. 과거처럼 시간만 지나면 잊힐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는 이번에 강하게 분출된 '반롯데 정서'를 없애기 어렵다. '국민 기업'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매출을 일으키는 기업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수백 조 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 놓은 기업들이 먼저 투자와 고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롯데 그룹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내수 기업인 만큼 경제가 활성화되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우리 경제가 돌파구를 찾는데 롯데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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