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면제도 개선해 사회적 논란 줄여야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8-13 16:17:40
  • -
  • +
  • 인쇄

[부자동네타임즈]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6천527명에 대한 특별 사면을 단행했다. 모범수 588명에 대한 가석방, 서민생계형 보호관찰 대상자 3천650명에 대한 보호관찰 임시 해제, 운전면허 취소를 비롯해 행정제재를 받은 이들에 대한 제재 감면 등 다른 220만여명도 혜택을 받았다. 이번 사면은 지난 4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사면 제도의 정당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시선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사면 대상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를 놓고 정치권과 재계, 시민단체 등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됐는데 정부가 꽤 고심해 결과물을 내놓은 것 같다.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정치인, 경제인의 포함 여부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사면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이라는 원칙을 제시하자 재계에서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사면을 호소했고, 정치권은 국민 통합 차원에서 이명박,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인사들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여론 수렴과정에서 정치인은 자연스럽게 배제됐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 당시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사면은 예외적으로 특별하고, 국가가 구제해줄 필요가 있는 상황이 있을 때만 행사하고 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결국 정치인 사면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경제인 중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형집행 면제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 되는 등 14명이 혜택을 받았다. 당초 사면 가능성이 제기됐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 등은 최근 6개월 내에 형이 확정됐거나 형 집행률이 부족한 자, 5년 이내에 특별사면을 받았던 자 등은 제외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상에서 빠졌다. 재계는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최근 대기업 오너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나 지금도 진행 중인 '롯데 사태' 등을 볼 때 이 정도면 정부도 국민 정서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성의를 다했다고 본다. 재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너가 없어서 경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오히려 '오너 리스크'가 기업을 망친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에 사면받은 경제인들은 투자, 고용 확대를 통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 경영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국민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면에서는 또 면허취소나 정지, 벌점 등 운전면허와 관련해 무려 220만명이 행정제재를 면제받았다. 경기가 나쁜데 운전까지 할 수 없어 생업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조치이지만 때마다 수백만명에 대한 제재를 무차별적으로 없애주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과거 이런 조치가 있은 후 교통사고가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2천200개의 건설업체에 대해 입찰 제한 등의 제재를 면제하기로 한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대형 건설사들이 4대강 공사, 호남고속철 사업 등에서 무더기로 담합이 적발돼 과징금과 함께 공공 공사 입찰참여 제한 처분을 받았는데 그 결과 국책사업을 시행할 건설사가 남아나지 않는데다 해외 수주도 악영향을 받는다는 현실론이 작용했다고 한다. 처벌과 제재가 과도해 나타난 문제라면 과잉·중복 처벌을 개선해야지 '정기적인 사면'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선진화한 법체계라고 볼 수 없다.



사면과 관련한 논란이 쓸데없는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관련 제도의 개선도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지난 5월 4일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사면이 발생하지 않게 제도를 개선하라"고 지시했고 법무부와 국무조정실은 6월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후 깜깜무소식이다. 사면은 국가 운영의 큰 틀에서 필요한 제도이지만 삼권분립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 만큼 법치주의가 훼손되거나 준법정신이 악화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 정부는 이런 원칙 하에 사면 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다음 사면 때는 대상과 관련한 논란이 최소화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