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타까운 80대 노인의 日대사관 앞 분신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8-12 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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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타임즈]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12일 최연열(81) 씨가 분신했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14일)을 앞두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주최한 '수요집회'가 진행되던 중 인근 화단에서 자신의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얼굴과 가슴, 팔다리 등에 3도 화상을 입어 현재로선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고령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최씨는 전남 광주에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활동에 참여하고 한 달에 1-2차례 상경해 수요집회에도 참석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분신 경위는 더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관련 성명서까지 갖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일본에 대한 항의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광복 70주년이 코 앞인데 80대 노인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분신까지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일본이 사죄는커녕 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 상황에 분하고 원통한 마음은 온 국민이 같을 것이다. 더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가 50주년 때의 무라야마 담화, 60주년 고이즈미 담화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최씨는 선친이 1932년 전남 영암 '농민 독립만세 시위 사건'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는 인물이어서 민족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반성 없는 일본의 행태에 격앙된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점은 미뤄 짐작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분신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는지는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몸을 불사르며 생명을 던지는 것이 결기는 보여줄 수 있어도 문제를 풀 수는 없다고 본다. 생명을 내던져 항의하는 현실이 비극이지만 그간의 일본 측 반응으로 볼 때 달라질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지금은 한 사람의 결기보다는 다수의 의지를 집약해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미흡하나마 수요집회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압박을 강화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 1992년 1월 미야자와 기이치 전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며 시작된 수요집회는 올해로 23년째 열리고 있다. 그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수요일에 중단없이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세계 최장의 모범적인 평화 인권시위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제는 일본 시민단체들이 찾아와 집회를 주관하고, 파리 등 국제사회로도 지평을 넓혀가는 중이기도 하다.



차제에 '가해자'인 일본의 철저한 반성을 촉구한다. 우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38명에 달하나 지난 8일 미국에 거주하던 박유년(93)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생존자는 47명으로 줄었다. 남은 생존자들이 80대 이상의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이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군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사죄와 배상 문제는 한일 과거청산의 상징처럼 돼 있어 생존자가 한 명도 남지 않을 때까지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한 분이라도 더 생존해 있을 때 사죄를 하고 배상을 하는 것이 역사 청산의 짐을 덜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올바른 과거청산 없이는 일본은 한국인에게 영원히 지리적으론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먼 이웃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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