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3박4일 간의 방북일정을 마치고 귀환했다. 이번 방북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 때문에 관심을 더욱 받았다. 북한이 우리 정부와 전 세계에 관계개선 의지의 진정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김 제1위원장은 방북단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면담이 성사됐더라면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면담을 하지 않은 북한의 판단은 실망스럽다.
김 제1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중단된 남북 고위급접촉 재개는 물론 '분위기와 환경' 조성에 따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의 거부로 아무것도 이뤄지지 못했지만 이번에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된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발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기회는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북한이 이번 면담을 불발시킨 이유는 몇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대북 메시지 없이 '개인자격'으로 방북한 이 여사를 만나 얻을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관계 개선에 현실적으로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판단의 반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제1위원장은 작년 말 이 여사에게 친서를 보내 올해 좋은 계절 방북을 초청했다. 손님을 초대해 놓고 주인이 얼굴을 보이지 않은 것은 경우에도 맞는 일은 아니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는 남북관계 개선에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기대 이하다. 그 책임을 두고 우리 정부의 대북 유연성 부족 등을 탓하는 주장도 있지만 설득력은 약하다. 근본적 이유는 변화를 거부하는 북한에서 먼저 찾는 것이 맞다. 북한은 지난주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추가 핵실험 실시와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까지 위협하며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북한 대표단은 기자회견에서 '제2차 한국전쟁 발발' 가능성도 언급했다. 미국과 쿠바가 54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하고, 이란 핵협상의 타결로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북한의 대외 인식이 여전한 점은 보기 안타까운 일이다.
분단 70년을 맞는 올해 남북관계는 질적 변화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실세 3인방을 남쪽에서 보내 "좁은 오솔길을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고 밝혔다. 남북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시간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더 고민해야겠지만 무엇보다 관계 개선을 향한 북한의 진정성과 호응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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