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신임 장관에 내정하고 청와대 고용복지 수석비서관에는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을 새로 임명했다. 초동대처 실패로 온 나라를 마비시키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지난달 28일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에서 메르스 사태의 사실상 종식이 선언된 데 이어 주무 장관과 청와대 수석을 교체하는 문책성 인사까지 단행됐으니 메르스 사태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형식상의 절차는 모두 끝난 셈이다. 이제는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뒷수습에 나서야 한다.
정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보건복지분야에서는 17년 만에 의사출신 장관이 된다. 지난 1998년 국민의 정부 시절 주양자 전 장관이 취임했다가 59일 만에 물러난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복지쪽에 무게 중심이 가 있었다. 이번에 의사출신 인사가 발탁된 것은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 전문가여서 메르스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다양한 의료 경험을 통해 한국 의료 체계 전반에 대해 깊은 이해와 높은 식견을 갖고 있어 공공 의료를 강화하고 국민 건강에 안정을 이룰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메르스 확산 사태는 첨단 의술과 의료 시설을 자랑하고 의료관광 유치에 나서면서도 정작 감염병 대응을 비롯한 공중보건 체계는 엉망인 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후진적인 병실문화와 고질적인 의료 쇼핑 등 의료분야 전문가로서 경험을 발휘해 고쳐야 할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아무쪼록 정 내정자의 현장경험이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보건의료 체계의 허점을 보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정 내정자는 2008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임기 2년의 분당서울대병원장을 3차례나 연임했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산하 병원장을 3차례 연임한 것은 정 내정자가 처음이라니 리더십은 인정받은 셈이다. 다만 정부 조직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점에서는 다소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정 내정자에게 생소한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복지 쪽 현안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 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는 국민연금 지배구조 체계 개선부터 소득대체율 인상 논란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정 내정자가 발탁된 것은 구멍 난 보건의료 체계를 손보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서 일 것이다. 정 내정자는 이런 점을 명심해 현 보건의료체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고 복지분야를 '서자' 취급하듯 해서는 안 된다. 복지는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분야로 장관이 한발 물러서 있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전문가의 조언을 허투루 듣지 말고 꼼꼼히 챙겨서 정확한 판단과 정책결정을 내려야 한다. 안이하게 판단했다가는 초기대응 실패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았다는 비판을 받는 메르스 사태의 전철을 밟게된다. 보건과 복지 양쪽 모두에서 전문가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조직개편을 포함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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