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5일 이스타항공 전세기를 이용해 서해 직항로로 평양을 방문한다. 꽉 막힌 남북관계 속에서 북한이 이 여사의 방북을 최종적으로 허용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여사는 3박4일의 방북 기간 평양신원, 애육원, 아동병원, 묘향산 등을 방문하기로 돼 있는데 관심의 초점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의 면담 성사 여부다. 이 여사의 방북은 김 제1위원장의 친서 초청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지금 북한에서는 김 제1위원장의 말 한마디가 모든 정책을 결정짓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김 제1위원장만 설득한다면 현 남북 교착 국면을 반전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믿을만한 특사를 파견해 관계 개선을 위한 조율을 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이 여사는 우리가 가진 가장 설득력 있는 남북화해협력의 지렛대"라고 말했다. 역사적인 6·15 남북 정상회담의 주역인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북한이 거부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통일부는 4일 "이 여사의 방북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특별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개인자격의 방문임을 강조했다. 전날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이 여사를 예방했을 때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통일부 측은 밝혔다. 우리 정부가 이 여사 방북을 애써 개인자격으로 한정 짓는 것은 현 남북 관계가 갖는 복잡함과 미묘함, 이 여사 방북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차단 등 다각적 포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무려 18명의 방북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하는 이 여사가 그저 구경삼아 나들이 가는 것으로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찌됐든 이 여사가 방북해 김 제1위원장을 면담한다면, 그의 입장을 듣고 이에 대해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그 대응은 결국 우리 정부의 기본적 입장과 궤를 달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 여사는 지난달 30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방북하게 되면) 6·15 공동선언의 조항을 남북 양쪽이 다 지키면 좋겠다는 말을 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선언은 요약하면 평화공존과 통일, 교류 협력을 위한 남북 간 합의다. 이후 남북 정부 모두 이 선언을 존중한다는 기조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남북관계는 분명 6·15 선언의 정신에서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 있다. 이를 정상화 시키자는 이 여사의 호소는 남북 정부 모두를 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도 이 여사의 방북 기회를 헛되이 날려버려선 안 된다. 김 제1위원장의 육성으로 우리 정부와 전 세계에 관계 개선의 의지를 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억류된 남측 인사들에 대한 과감한 석방과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전향적 입장 발표 등 구체적 액션까지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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