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 경영권 분쟁 여론전 접고 수습 서둘러야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8-03 19: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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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오후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롯데호텔에 머무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찾아갔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부자가 5분가량 만났지만 출장을 다녀왔다는 인사에 "어허…"라는 대답만 있었을 뿐 경영권 다툼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두 부자의 만남을 통해 조기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신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도를 넘어 진흙탕 싸움으로 길어지면서 흥미를 갖고 지켜보던 국민마저도 눈살을 찌푸리며 등을 돌리고 있다. 롯데그룹이 제과·유통업을 주력으로 삼아 대국민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수습책을 찾아야 한다. 또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여론전을 펴며 떠벌리는 것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은 말 그대로 '막장극'이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차남인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에서 축출하려다 실패하고 오히려 신 회장이 긴급이사회를 열어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 이후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서명 지시서와 육성 녹음을 공개한 데 이어 방송인터뷰에서 "동생(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맞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또 "차남을 한국롯데 회장에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신 총괄회장의 동영상을 내놓기도 했다. 신 회장 측에서 해임 지시서에 서명한 신 총괄회장이 94세의 고령이어서 장남도 몰라볼 정도로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데 대한 재반격이었다. 하지만 이런 진흙탕싸움보다 더 큰 타격은 국민에게 롯데가 과연 한국기업이냐는 의구심을 심어준 것이다. 총수 일가가 방송 인터뷰마저 일본어로 하는 것을 보면서 기업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한 것은 두고두고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귀국 회견에서 "95%의 매출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기업임을 강조했으나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체 그룹 주식의 0.5%를 보유하고 일가 보유주식을 모두 합쳐도 2.41%에 불과한 신 총괄회장이 이사회 절차도 거치지 않고 신 회장을 비롯한 6명의 임직원을 해임하라고 지시한 것이 전근대적인 황제경영의 적폐를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친족까지 한 자리씩 차지하고 편 가르기를 한 것도 재벌의 폐해로 지적됐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으로부터 큰 혜택을 본 국민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국민에 대한 역겨운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민기업으로서 재벌가의 처신과 가풍을 일신하지 못하면 더이상 우리나라에서 과거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총수 일가가 소수의 지분을 갖고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면서 재벌이 국민경제의 성장동력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리스크로 전락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정부가 11조5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내수 진작에 안간힘을 쓰는 마당에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이 힘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여론전을 펴며 경영권 분쟁을 장기화하는 것은 안 될 말이다. 이는 롯데그룹을 키워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국민을 호도하려는 여론전을 접고 가족회의든 주주총회든 소송이든 당사자끼리 조용히, 빨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통해 재벌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또다시 드러난 만큼 유야무야 넘겨서는 안 된다. 빠른 의사 결정이나 공격적 경영 등 재벌의 순기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순기능은 살리되 적어도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황제경영이나 족벌경영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라고 하니 차제에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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