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인비 '커리어 그랜드슬램' 위업 달성에 박수 보낸다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8-03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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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골프 여제' 박인비가 2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끝난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 슬램 기록은 한국 골프 110여년 역사는 물론이고 아시아를 통틀어도 처음이다. 세계적으로는 1957년 루이스 서그스를 시작으로 미키 라이트(1962년), 팻 브래들리(1986년), 줄리 잉크스터(1999년), 카리 웨브(2001년), 안니카 소렌스탐(2003년)에 이어 역대 7번째다. 아무리 훌륭한 골퍼라도 평생 한 번 이루기 어려운 것이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하물며 4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그랜드 슬램은 골프의 전설이라는 아널드 파머도, 2000년대 초중반 골프 여제로 불렸던 로레나 오초아도 이루지 못한 꿈이었다. 그러나 박인비는 2008년 US오픈에서 처음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2013년에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LPGA챔피언십, US오픈을 휩쓸었고 이번에 브리티시 오픈 우승컵까지 품에 안으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대기록을 세웠다.



경기가 끝난 뒤 검은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턴베리 골프장에서 우승컵을 안아 든 박인비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평소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아 '침묵의 암살자'라 불리는 박인비의 눈물은 이번 우승의 의미가 그녀에게 얼마나 큰지를 웅변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얼굴을 바꾸고, 한낮에 일 년 사계를 겪을 만큼 날씨의 기복이 심한데다 항아리 벙커와 빠져나오기 어려운 억센 러프로 악명높은 턴베리 골프장을 정복하는 일은 실력이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운이 따라줘야 하고, 무엇보다 정신력으로 코스의 난이도와 날씨의 한계를 극복해 내야 한다. 최종라운드 13번 홀까지도 선두에 3타차로 뒤져 올해도 브리티시 오픈 우승의 꿈은 물 건너갈 것이라고 생각됐던 박인비가 14번 홀에서 7m 거리의 극적인 이글퍼트를 성공시키고 이어 16번 홀에서 버디를 낚아 우승을 한 것은 그녀의 실력과 집념이 이뤄낸 쾌거였다. 첫 브리티시 오픈 출정에서 막판까지 선두를 달리다 아쉽게 박인비에게 1위 자리를 넘겨준 고진영 선수의 선전도 아름다웠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 스코틀랜드에서 날아온 낭보는 온 국민의 마음에 청량제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1998년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신음하고 있을 때 박세리 선수의 극적인 US 오픈 우승은 국민적 역량을 한데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번 박인비 선수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 대기록 달성이 경제적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방황하는 이 땅의 많은 젊은이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박인비는 이번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넘어 메이저로 승격한 에비앙 챔피언십을 우승해 5대 메이저 우승이라는 '슈퍼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거는 사상 초유의 기록에 도전할 것이라고 한다. 그녀의 이 빛나는 성취와 멈출 줄 모르는 도전 정신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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