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려운 문제 출제금지'로 수학교육 변화할까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7-31 16: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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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타임즈]2018년부터(초등학교는 2017년부터) 교육과정의 평가 지침에 제시된 수준 이상으로 수학 문제를 어렵고 복잡하게 출제하는 것이 금지된다. 31일 열린 '2015 교육과정 개정 2차 공청회'에서 공개된 수학 교육과정 2차 시안에는 필요 이상으로 고난도의 복잡한 문항을 출제하는 것을 막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학교에서 지나치게 수학 문제를 어렵게 내는 경향이 이른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 양산을 더 부추기고 수학 사교육 과열을 불러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등학생 10명 가운데 6명 가까이 수학 공부를 포기했다는 최근 조사결과는 수학 교육 혁신 필요성을 잘 보여줬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설문조사 결과 초등학생의 36.5%, 중학생 46.2%, 고등학생 59.7%가 이른바 수포자로 집계됐다. 수학 공부를 단념한 학생이 이렇게 많은 현실은 우리나라 수학 교육이 크게 잘못됐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수학 과목에 대한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1위임에도 흥미도가 하위권으로 조사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교육부 의뢰로 개정 수학 교육과정 시안을 개발중인 연구진이 공개한 2차 시안에는 '교수학습 유의사항'과 '평가 유의사항'이 눈에 띈다. 특히 영역별로 신설키로 한 '평가 유의사항' 지침이 핵심이다. 그동안은 출제 내용이 교과서 범위 안에만 있으면 아무리 문제를 어렵고 복잡하게 내더라도 규제할 수단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평가 유의사항을 제시해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문항의 출제를 막겠다는 것이다. 2차 시안은 현행 교육과정에 비해 학습량도 20% 감축했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이 배우던 어려운 개념은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배워왔던 어려운 개념은 고등학교 과정으로 옮겨간다.



2차 시안대로 수학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학습 내용과 시험이 쉬워진다면 수포자가 지금보다 줄어들 여지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현장 반응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다. 입시경쟁이 변함없는 상태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수학 외의 다른 과목으로 경쟁이 옮기는 풍선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수학 학습량 감축에 대해 의미 있는 조치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쉬워지는 수학 교육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쉬운 수학 교육이 결국에는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수포자를 양산하는 수학 교육은 바뀌어야 하지만 과학강국, 수학강국을 포기할 수도 없다. 수포자를 막는데 수학 교육의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수학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다양한 문제 풀이를 통해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데 있다. 각기 다른 적성과 수준의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수학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어려운 문제 출제 금지'와 학습량 감축이 학생들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서도 안될 것이다. 오는 9월 최종 발표될 새 수학 교육과정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와 현실, 국가의 목표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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