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전투구 롯데 승계다툼 보면서 드는 의문 하나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7-31 11: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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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30일 국내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롯데 홀딩스 사장에 임명한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서명지시서를 전격 공개하면서 창업주 장·차남간 승계 다툼이 이전투구로 치닫고 있다. '1일 천하' 쿠데타 실패후 수세에 몰렸던 신 전 부회장이 적극 반격에 나서자 차남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측이 이 지시서를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무효라고 규정하며 '거동과 판단이 어려운 아버지를 이용하고 있다'고 정면대응하면서 형제의 난은 가족내 수습이 불가능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양측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대비해 치열한 우호지분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내분이 쉽게 종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어준다.



한일 양국을 오가며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은 그 어느 막장드라마 보다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이를 흥미로만 보아 넘길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직접고용 12만명에 협력업체 간접고용까지 합하면 35만명에 이르는 국내고용 1위 기업의 이 볼썽 사나운 골육상쟁이 롯데 브랜드 가치의 하락과 기업 경영의 차질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경제에 주름살 하나를 더 보태지나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우리 국민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이번 싸움을 주목하고 있다. '과연 롯데가 한국 기업이 맞나'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이번 분쟁을 통해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롯데 홀딩스와 자산관리 회사인 광윤사, 그리고 L 투자회사라는 정체불명의 일본 펀드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일본에 근거를 두고 있는 비상장 회사들로 이들 기업의 소유구조는 베일에 가려 있다. 그동안 신격호 회장의 확고한 그룹 장악력으로 인해 불거지지 않았던 은밀한 소유구조의 내면이 형제의 난을 계기로 드러나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 하지만 연매출 83조원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통·식품·호텔 그룹의 지배구조가 일본 비상장 회사들의 손에 장악돼 있는 현실은 우리 국민에게 충격이 아닐수 없다.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이 국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를 공개하며 반격을 할때 우리 누리꾼들이 내용보다는 그가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인터뷰한 데 주목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룹 실적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취하면서 오너십은 일본쪽이 장악하고 있는 이 이중적 구조를 그대로 갖고 간다면 롯데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는 이전과는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본 어머니에게서 나고 자라고 철저하게 일본식으로 교육받은 두 형제다. 둘 다 성년이 훨씬 지나 한국 국적을 취득하긴 했지만, 장남은 한국말을 거의 못하고 차남 역시 일본말이 더 자연스럽다. 여기에 일본 자산관리회사가 사실상 그룹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 식음료와 마트 등 일상에서 매일 롯데와 마주하는 한국 국민 입장에서는 "도대체 롯데는 어느 나라 기업이냐"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누구의 승리로 끝나든 이 의문은 계속될 것이다. "롯데가 한국 기업이면 재일동포(손정의)가 회장인 소프트뱅크도 한국 기업이냐"는 비아냥을 롯데 그룹은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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