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한 국회 조사와 검찰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검찰은 27일 국정원 해킹의혹 고발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고발장을 접수한지 나흘만이다. 같은 날 국회도 정보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관련 기관들로부터 현안보고를 받았다. 비공개로 진행된 정보위 전체회의에서는 이병호 국정원장과 1·2·3 차장 등 고위간부가 출석한 가운데 해킹관련 파일의 복구·분석 결과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미방위 전체회의에서는 해킹 프로그램 구매의 불법성이 집중논의됐다. 국회는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에 따라 정보위와 미방위, 국방위, 안행위 등 4개 상임위에서 오는 14일까지 현안보고를 받기로 합의해 놓고 있다. 투트랙으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검찰은 국정원 해킹의혹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한 까닭을 "사안이 국가 정보기관의 안보 업무와 관련돼 있고 2005년 국정원 도청사건 수사 사례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안 2부는 고발인인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를 상대로 고발 취지를 조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한다. 야당은 정보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공안부를 배제하고 특수부가 사건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검찰은 현재까지 나온 정황증거만으로는 특수부를 통한 강제수사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의혹을 적극적으로 파헤치기 보다는 일단 제기된 의혹과 국정원의 해명을 비교 검증하는 차원에서 굴러가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나름대로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혹여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정원은 대선개입 의혹과 서울시 공무원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이어 이번 정부 들어 벌써 세 번째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됐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앞선 두 사건 모두 국정원의 불법 행위가 재판 과정에서 확인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과연 국정원이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도입한 해킹프로그램이 민간인 사찰에 쓰였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해킹프로그램은 해외·북한 정보 수집용이나 실험·연구용일 뿐 불법사찰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국정원의 입장이다. 야당은 결정적 단서는 내놓지 못했지만 민간인 사찰 의혹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 정보위에 출석한 이병호 국정원장은 "직을 걸고 불법 사찰한 사실이 없다"고 단언하고 강력하게 결백을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야당측은 "자료 제출도 없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믿어달라고만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정원의 결백을 믿어줄 증거를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다만 여야가 파일복구를 검증할 국정원·전문가 간담회를 추진키로 한 결과는 나왔으니 야당을 납득시킬 기회가 아예 사라진 건 아닌 듯하다.지금 상태에서는 국회 차원의 조사가 어떤 결론을 볼 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해킹 의혹을 둘러싼 주장이팽팽하게 맞선채 평행선을 달릴 경우 검찰의 본격적인 개입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검찰이 수사로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경우,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정보역량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다고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미진한 결과를 내놓을 때는 강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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