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민심과 동떨어진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이뤄져선 안 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서 국회의원 정원을 369∼390명으로 늘리자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국회 총예산 동결을 전제로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보다 확대할 것을 촉구하면서 369명 안(案)을 예시했다. 야당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의원정수를 최대 390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거론했다. 문재인 대표가 "지금은 국회의원 정수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지만, 혁신위는 "독과점적 양당체계를 타파하기 위해 욕먹을 각오로 나선 것"이라며 의원 정수 증원 등이 담긴 선거제도 혁신안의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현재 '3 대 1'까지 허용돼 있는 선거구 인구편차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인구편차를 '2 대 1' 이하로 조정하라고 했다. 헌재가 제시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선거구 재획정 작업은 불가피해졌다. 그렇다고 결론이 의원 수 확대로 이어져선 안 된다.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면 지역구 의석을 그 만큼 감축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 2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지역구 의원은 200명으로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 의원은 100명으로 늘리는 방법을 제시했다. 지역구 의석 수를 유지한채 비례대표만 늘리겠다는 발상은 어떤 계산법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기득권을 지키고 밥그릇만 늘리겠다는 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당장 혁신위의 의원 정수 확대 주장에 "당을 혁신하라고 혁신위를 만들었는데 혁신위가 당을 망치는 반(反)혁신적 발상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야당내에서도 들린다.
헌법이 굳이 의원 수를 '200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300명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 1948년 헌법 제정 이래로 국회의원 정원이 299명을 넘긴 적이 없었다. 오직 여야간 선거구 조정협상 난항으로 2012년 19대 국회에 한해 1명 늘리기로 했다. 그 당시에도 관습헌법에 벗어난다는 위헌 논란이 일었다. 국회는 외환위기 당시에는 의석을 스스로 26석 줄이기도 했다. 경제는 침체돼 있고 청년들은 실업의 고통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오직 정치권만이 기득권을 지키면서 밥그릇을 늘리겠다고 나선다면 어느 국민이 동조할 수 있겠는가.
정치와 국회에 대한 국민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지 오래됐다. 국회가 제 할일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결코 의원 수가 부족해서는 아닐 것이다. 의원 1명이 대표하는 국민의 수도 미국이나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많다.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 문화가 바뀌는 것이 우선이다. 국회의원의 연간 억대가 넘는 세비, 200여개에 달한다는 특권 등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비례대표 확대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우리 정치문화 개선을 위한 보도(寶刀)도 아니다. 비례대표제는 그동안 도입 취지와 어긋나게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이론과 현실은 딴판이다.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 위한 줄서기, 돈 공천 등의 부작용은 국민의 정치 불신을 심화시키는 한 요인이 됐다. 계파정치, 거수기 의원 확대를 부추겼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가 변했다는 것을 온 국민이 공감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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