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일련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이 최근 '연고 있는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은 재판부를 재배당하는 방안을 마련한 데 이어, 대법원은 형사사건 변호사의 성공 보수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놨다. 두 경우 모두 국민이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대표적 병폐로 꼽아 온 '전관 예우'와 관련이 깊다. 전관 예우란 고위 법관이나 검사를 지낸 변호사가 개업직후 막대한 수임료를 받고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는 것을 말한다. 특히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심심치 않게 전관예우가 쟁점이 된 탓에 국민들로부터 대표적 사법 개혁대상으로 지목돼 왔다. 형사사건 성공보수 금지 판결과 재판부 재배당 방안은 그런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형사사건 성공보수 금지는 무려 20년 동안 논의돼 온 사안이다. 성공보수란 형사 피의자를 변호할 때 착수금 외에 무죄, 집행유예, 실형 선고의 경우에 따라 일정액을 추가로 받는 보수를 뜻한다. 성공보수는 변호사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특히 전관예우에 해당하는 경우는 몸값이 크게 치솟는 게 관행이었다. 당연히 '유전무죄'라는 비판이 나올 공산이 크다고 봐야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24일 판결은 형사사건에 대해 체결한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만들었다. 성공보수 약정은 사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원칙적으로 유효하며, 금액이 과한 경우에만 일부 무효 판정을 내리는 게 종전 판례였다. 이 문제에 관한 한 획기적인 판례 변경이 이뤄진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형사합의부 재판부와 연고가 있는 변호사가 사건을 맡았을 경우 재판부가 재배당을 요청토록 하는 방안을 8월부터 시행키로 한 바 있다. '연고 있는 변호사'로는 재판부 중 한 사람 이상과 고교동문이거나 대학동기, 사법연수원(로스쿨) 동기, 같은 재판부 혹은 같은 업무부서·로펌 근무경력이 있는 경우를 지목한다. 이 또한 전관예우 시비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방안이다.
대법원이 성공보수 금지 판결을 내린 직후 변호사 단체들은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주장은 사법불신의 원인이 잘못 파악됐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부당한 성공보수를 약정하는 관행은 대법관 출신을 비롯한 고위 전관들이 저지른 것으로 형사사건 수임 조차 어려움을 겪는 대부분의 변호사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업계의 사정을 대변하는 단체로서는 내놓을만한 반응이라고 보지만, 이 조치가 상당한 정당성을 갖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 변협이 현행 변호사법에 고위공직 출신 변호사가 실제 사건을 맡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조항이 없는 점을 지적한 일은 이 시점에서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의 공직 퇴임 변호사가 실제 사건을 수임하고도 다른 변호사를 담당으로 지정하고, 수임료도 형식상 법무법인에 귀속한 뒤 배당형식으로 수임료를 주는 형태를 말한 것이다. 당연히 고위공직 퇴임 변호사의 실제 수임 여부와 정확한 수임료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판례 변경만으로 '전관예우'를 사라지게 하기에는 빈틈이 많다는 이야기다.
전관예우 철폐가 큰 의미를 갖는 것이긴 해도 그것만으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온전하게 회복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 대법원의 순혈주의가 큰 문제다. 사실 순혈주의는 '전관예우'의 자양분 같은 것이기도 하고,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는 편협성의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만간 이런 순혈주의가 개선되리라고 보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민일영 대법관의 후임으로 각계 추천을 받은 2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대법원이 대법관 후보 추천자를 공개한 일은 처음이어서 기대가 많았지만, '순혈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류는 서울대·판사·남성이었다. 여성은 1명에 학계는 전무했다. 최종 심급인 대법원의 다양성 실종은 궁극적으로 판결에 대한 설득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 신뢰 제고를 위한 노력이 시작은 됐지만 아직은 갈 길이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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