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미국 국방부가 '살아있는 탄저균' 배달사고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미국 유타주 더그웨이 연구소로부터 미국과 7개국의 86개 시설로 저농도의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방사선이나 열 처리 등을 통해 비활성화된 탄저균이 어떻게 완전히 비활성화되지 않고 살아있는 상태로 배달됐는지는 원인과 책임 주체를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샘플 규모나 방사선 조사(照射) 이후의 부적절한 배양기간이 원인이었을 수는 있지만 이는 추정일뿐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살아있는 탄저균 포자 수가 극히 미미해 일반 대중에게는 위험을 미치지 않았다고 미국 국방부는 밝혔다. 하지만, 탄저균은 생존력과 감염력이 매우 높은 유기체다. 아무리 그 수가 적고 농도가 낮다고 해도 언제 어떤 대형 사고로 이어질지 모르는 것이 이런 류의 생화학 실험이다. 미국 국방부가 "어떤 농도에서라도 심각한 규정 위반"이라며 "변명의 여지없는 실수"라고 밝힌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미국 국방부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우리 측의 반응은 실망스럽다. 우리 국방부는 "미국의 조사 결과에 대한 사전설명을 들었고, 최종 조사 결과도 발표 전에 들었다"며 "미국이 근본적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어쩌면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혹시 이번 사고로 한미 공조에 틈새가 벌어지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차단하려는 눈치가 역력하다. 또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오산기지 현장을 방문해 미국 측 조사결과를 포함해 사고에 대해 철저히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나서 현장을 찾겠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미국의 자체 조사결과가 나온 뒤에 이를 확인하러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한미 공조를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 했다면 미국 국방부 조사결과 발표 전에 한미 합동실무단이 먼저 현장 조사를 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여론을 의식한 모양 갖추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오산 공군기지 탄저균 사고는 우리 정부의 누구도 미군의 이런 실험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 국민과 정부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우리 영토에서 위험한 세균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의 생물학전에 대비한 강력한 대응 프로젝트를 보유하는 것은 필요하고 타당하다. 하지만 한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세균 실험을 미군이 한국 측에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진행해 온 것은 주권국가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미 합동실무단은 생물 방어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협의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한미 간 위험성 높은 생물학 무기 실험에 대해 적극적인 소통을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의 이 말이 한국 내 비난 여론을 무마하려는 차원이라면 곤란하다. 정부는 한미 군당국 간 민감한 정보 공유를 강화할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SOFA) 내 관련 규정의 개정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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