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여야가 23일 국회법 개정안 재의 사태 이후 최대 현안이 돼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본회의 처리와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관련 활동에 합의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지난 20일부터 번갈아가며 협상을 벌여 난항을 거듭한 끝에 나흘 만에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전처럼 자기입장만 고집하며 충돌했다면 풀기 어려운 문제였다는 점에서 여야가 모처럼만에 합의의 정치를 보여줬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 더 중요한 본론이 남아있다. 추경은 본회의 처리와 함께 신속히 집행해 경기활성화 효과를 최대한 살리고, 국정원 해킹 의혹 규명 활동은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게 내실있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가뭄 피해 극복을 지원하고 경기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추경은 신속히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누차 강조됐지만 추경 내용을 놓고 여야 간에 간극이 커 협상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야는 4년째 세수부족이 반복돼 세수확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었으나 이를 추경안 '부대의견'에 어떻게 반영하느냐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을 특정하지 말고 세수확충의 필요성을 포괄적으로 언급하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새정치연합은 법인세 인상을 꼭 특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양측 모두 한발씩 물러서 '정부는 연례적 세수결손 방지를 위해 세출구조조정과 함께 세입확충을 위한 모든 방안(소득세·법인세 등의 정비 등)을 마련하고 국회와 논의해 대책을 수립한다'로 문구를 조정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정부 추경안에서 세입 2천억원, 세출 5천억원이 삭감되기는 했지만 24일 본회의 처리가 합의됨으로써 적어도 국회 차원에서는 때를 놓치지 않고 추경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도 국회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고 하겠다.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 확인에서 시작된 도ㆍ감청 의혹은 그야말로 갈 길 바쁜 주요 현안의 발목을 잡는 '블랙홀'이었다.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 공방을 벌이면서 정쟁으로 비치기도 했다. 이날도 새정치연합은 해킹 의혹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고, 새누리당은 검찰고발을 주도한 안철수 의원을 "무책임 정치의 극치"라며 맹공했다. 여야 원내지도부 협상에서는 진상규명 방법을 놓고 원래 합의한 대로 국정원 현장조사를 통해 진상을 파악하자는 새누리당과 사건 전반에 대한 검찰수사를 진행하고 청문회까지 열어야 한다는 새정치연합의 입장이 맞섰다. 결국 내달 14일까지 국정원을 담당하는 4개 상임위를 개최해 현안보고를 받고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뒤 이를 토대로 양당 협의를 거쳐 정보위에서 비공개로 증언ㆍ진술을 듣기로 했다. 양당 모두 기존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함으로써 합의를 이뤄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해킹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고 여야가 충돌할 소지도 곳곳에 널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야가 국회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 만큼 확인되지 않은 무책임한 주장을 하거나 국가의 정보역량을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여야가 두 사안에 대해 끝까지 정략적으로 접근하며 자기주장만 내세웠다면 그에 따른 피해는 가히 메가톤급이었을 것이다. 추경은 천문학적 규모에도 제때 집행하지 못해 경기를 되살릴 기회를 영영 놓치고, 국정원 해킹 의혹을 둘러싸고는 소모적 논란과 정쟁만 이어졌을 것이 뻔하다. 정쟁만 일삼는다는 국민의 비난 여론을 의식했든 대승적 차원에서 국가적 이익을 생각했든 여야가 합의를 통해 해법을 찾은 것은 그런 점에서 참으로 다행이다. 합의 정치의 결과인 만큼 추경은 경기활성화 효과를 제대로 내고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도 철저히 진상이 규명되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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