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직도 '기수열외' 얘기라니…軍, 철저히 조사해야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7-20 16: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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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해병대에서 선임병의 가혹행위를 신고한 병사가 보복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기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피해 병사 가족에 따르면 해병대 A 일병은 다른 동료 2명과 함께 지난 5월 부대에 배치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선임병들에게 구타를 당했고, 마침 부대를 찾아온 민간인 상담사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 가해병사 3명은 다른 부대로 전출됐지만, A 일병은 타부대로의 전출 희망에도 계속 그 부대에 남게 됐다. 이후 A 일병이 다른 선·후임병의 폭언과 괴롭힘, 무시 등에 시달리다가 6월 말 생활관 3층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기도하게 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병인 후임병들이 인사를 하지 않고 A 일병을 무시하는 이른바 '기수열외'도 있었다는 것이 가족들의 주장이다.



파장이 커지자 해병대가 사령부 차원에서 재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사실 관계는 조만간 확인될 것으로 보이지만 가혹행위를 신고했다고 보복이 이뤄지고 집단 따돌림이 가해진 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후임이 선임에게 반말하거나 폭행을 가하게 해 인격적인 수치심을 주고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이른바 '기수열외'는 오래전부터 해병대에서 없어져야 할 대표적인 악습으로 지적돼 왔다. 가족들의 주장이 맞다면 이런 악습이 '유령'처럼 일부 부대에서 여전히 살아있다는 말이 된다. 군대 내 집단 왕따가 얼마나 큰 비극을 몰고 오는가는 여러 사건이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지난해 6월 발생한 이른바 '고성 GOP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 병장 측은 범행 동기를 '지속적인 집단 따돌림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군에서는 어느 때보다 내부에서 곪았던 적폐들이 많이 터졌다. '22사단 임 병장 총기 난사'와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등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군은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까지 출범시켜 고질적인 군내 악습을 없애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지만 이번 사건은 아직 현장에 풀어야 할 많은 숙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군은 가혹행위나 내부비리 신고자에 대한 따돌림과 보복 행위를 근절하는 조치만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른바 소원수리 제도, 국방헬프콜 전화 등 내부 신고채널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으로 비슷한 대책만 반복하지 말고 군은 철저한 재조사를 통해 어디서 어떤 문제점이 발생했는지 제대로 되짚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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