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정의화 국회의장이 17일 제67주년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측에 '남북 국회의장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정 의장은 "광복 70주년의 참다운 뜻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광복절 즈음이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하지만, 구체적 일정과 장소는 북측의 의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국회의 대표자들이 한자리에서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국회의 위상이나 역할에 차이는 있지만 남북 국회의장의 회동이 이뤄진다면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의 불안정한 남북관계로 볼 때 회담 성사 가능성이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각도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정 의장은 지난해 5월 말 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된 뒤 남북 국회회담을 이른 시일 내에 성사시키겠다며 노력을 기울였다. 남북국회 회담은 1985년 두 차례의 예비접촉과 88∼90년 10차례의 준비접촉을 끝으로 간헐적으로 일방적인 제의나 움직임만 있었을 뿐 본회담은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할 정도로 지난한 사안이다. 지난해 10월에도 정 의장이 북측에 남북 국회회담을 정식 제의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가 북한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풍선에 고사총을 발사하는 바람에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제안조차 무산된 바 있다. 그러다가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남북화해협력자문위가 12월 말 남북 국회의장의 상호방문과 회담을 적극 추진해달라는 건의문을 채택하면서 성사 가능성이 아무래도 더 높은 국회의장 회담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중견 5개국 협의체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에서는 '남북 국회의장 회담 등을 추진하는 한국 국회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공동 성명서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 회담을 마중물로 국회 본회담과 당국 간 회담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구상을 하고있다. 국회의장 회담에 대해 여야도 긍정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5·24 조치라는 기본 스탠스는 유지를 해야 하지만 남북 간 긴장 완화의 물꼬를 틀 필요는 있다"면서 "좋은 제안"이라고 평가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정부 간의 대화가 막혀 있을 동안은 국회의장이라든지 다양한 차원의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의 국회 회담 추진에 대해 "국민적 신뢰와 공감대를 마련해가며 면밀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교섭단체 대표와도 충분한 의견수렴이 있어야 한다" 등으로 제동이 걸렸던 때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현재 남북관계는 최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썩 좋은 상태도 아니다. 지난 16일 올들어 첫 당국 간 회담인 남북공동위원회 제6차 회의가 열려 북한 근로자 임금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한 채 냉랭한 분위기 속에 끝났다고 한다. 양측 대표단이 1층 로비서 만났지만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으며, 북측 대표는 기자들에게 "앞으로 이런 회담을 할 필요 없다"는 말까지 했다고 하니 분위기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에서 한 남북대화 촉구 발언을 겨냥해 "낯가죽이 곰발바닥같은 파렴치한들의 해괴망측한 사기광대극"이라는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을 퍼붓는 담화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라 정 의장의 남북 국회의장 회담 제의는 선언적 제안으로 그칠 공산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제안만 해놓고 두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성사만 된다면 실질적 진전이 없더라도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 볼 것을 권한다. 내달 초 북한을 방문하는 이희호 여사를 통해서 시도를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