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16일 새정치민주연합을 전격 탈당했다. 박 전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새정치연합은 지난 몇 차례의 선거를 통해 국민에 의해 사망선고를 받았다. 야권의 새 희망을 일구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겠다"면서 탈당을 선언했다. 현역의원은 아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내고 전남에서 도지사를 3차례나 역임한 중량급 인사여서 탈당의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4·29 재보선 전패이후 야권 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온 분당론이 박 전 지사의 탈당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 쇄신을 위해 혁신안까지 내놓으며 당을 쪼개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새정치연합으로선 위기상황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돼 왔다.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계의 뿌리 깊은 갈등이 원인이 됐다. 4·29 재보선 때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뒤 광주 서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천정배 의원의 호남발 신당은 '상수'가 됐고 여기저기서 탈당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박 전 지사도 이미 지난 8일 박주선 의원을 비롯해 정대철 상임고문, 정균환 전 의원, 박광태 전 광주시장 등과 '5인회동'을 갖고 신당문제에 대해 교감했다고 한다. 다음날에는 고위 당직자 출신을 포함해 당원 100명 가까이가 집단 탈당하기도 했다. 일부 현역의원은 노골적으로 탈당을 저울질하며 기회를 보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다 비노그룹 의원들이 원내교섭단체(20일) 구축을 목표로 9월께 탈당할 것이라는 거사설마저 돌고 있다고 하니 당내 어수선한 분위기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당내에서는 "친노와 비노의 정서적 간극이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혁신안이다 뭐다 해서 두 계파를 붙잡아 둘 수 있는 화학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분당·탈당 목소리에는 당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실망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있지만, 상당수는 본인의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 하는 얘기도 있다고 본다"고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룰을 만들어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으로 인식되면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고강도 혁신안으로 대규모 물갈이가 예상되면 오히려 원심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정반대 예측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혁신위가 어떻게 하더라도신당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조국 교수의 말처럼 새정치연합의 분당이나 탈당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잡혔다고 하겠다. 이제는 어느정도 규모냐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언제나 있었고 자연스러운 일다. 정치적 노선이나 이념이 맞지 않으면 헤어질 수도 있고 공동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시 뭉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의를 따르지 않고 눈앞의 자기 이익만 좇다 보면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해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야권 전체가 지리멸렬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건강한 제1야당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박 전 지사의 탈당이 건강한 야권 개편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다른 판도 변화를 가져올지는 더 지켜본 뒤 유권자가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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