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나-외환 은행 통합에 거는 기대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7-14 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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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9∼10월쯤 마무리될 것 같다. 새 은행은 국민은행(282조원), 우리은행(279조원), 신한은행(260조원)을 제치고 자산규모 290조 원의 국내 최대 은행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하나금융지주가 2012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3년, 지난해 7월 외환은행 노조가 참여하는 통합 논의가 시작된 지 1년 만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뚝심과 인내, 외환은행 노조의 대승적 결단, 정부의 합리적 중재가 결합해 이뤄낸 성과다. 통합 은행은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국내 리딩뱅크(선도은행)로 자리매김하게 된 만큼 이제 밖으로 눈을 돌려 세계적 은행으로 성장해주기를 기대한다.



두 은행의 통합 과정은 진통의 연속이었다. 하나금융이 2012년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당시 금융위원장, 하나금융 회장, 외환은행장,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 등은 향후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 경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2·17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이후 은행권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김정태 회장은 지난해 7월 조기 합병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합의와는 다른 것이니 노조의 반발이 거셌다. 이후 과정을 보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 모두 총력전이었다. 노조는 합병반대 결의서를 금융위에 제출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는 한편 은행장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이 양 은행 이사회에서 합병계약을 체결한 뒤 금융위에 합병 예비인가를 신청하자 노조가 법원에 통합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감정대립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절충을 모색한 것이 합의 도출의 원동력이 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하나·외환은행 통합 인가 때 노사 합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도 양측의 합의를 압박한 요인이 됐다. 어려운 과정을 거쳤지만 이제 도약의 토대가 마련된 만큼 내적 융합과 혁신을 통해 명실상부한 리딩뱅크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두 은행 구성원 간의 화학적 결합이 중요하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합병 이후 출신에 따른 차별과 줄세우기 같은 후진적 행태가 나타나면 통합의 효과는커녕 역시너지로 실패가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다른 산업에 비해 유독 발전이 더딘 우리 금융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국내 최대가 될 새 통합 은행은 우리 금융산업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 놓을 책임도 있다.



최근 영국 국제금융전문지 '더 뱅크'가 우량자본의 크기(Tier1 기본자기자본 규모)를 기준으로 세계 1천대 은행을 선정했는데 우리나라 은행은 50위권에 한 곳도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형뿐 아니다. 질적 성장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한국의 '금융시장성숙도' 순위는 2007년 27위에서 지난해 80위까지 떨어졌다. 관치금융과 은행의 현실 안주가 빚어낸 참담한 결과이다. 지나친 규제로 금융사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여전하고 금융사 고위층 선임 때마다 '정피아', '청피아', '서금회'같은 얘기가 떠도는 것은 우리 금융산업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민간부문 인사가 책임 경영을 하는 등 은행의 자율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희망을 접어야 한다. '관치(官治)금융', '정치(政治)금융'이 횡행하니 경영진도, 은행원들도 의욕이 없고 현실 안주에 익숙해졌다. 국내 금융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담보대출 위주의 '우물 안 개구리', '제살깎아먹기'식 영업에 치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이번 하나-외환 은행 통합으로 국내 은행업계는 외형상 '규모의 경제'가 완성된 만큼 이제는 '금융의 삼성전자'가 탄생할 수 있도록 정치권, 정부, 금융업계가 모두 힘을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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