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리스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7-14 13: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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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기는 넘겼다. 그러나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된 타결안은 국제사회의 엄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마디로 그리스는 경제주권을 박탈당했다. 채권단의 3차 구제금융개혁안 수용 여부에 대한 지난 5일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국민은 '오히(OXI·반대)가 많으면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에서 기세등등하게 퇴짜를 놨었다. 국민의 반대 여론을 무기로 유럽연합 협상장에 들어선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그러나 구걸하는 나라의 총리가 겪어야 할 온갖 서러움을 맛봐야 했다. 그의 요구는 완전히 묵살됐다. 그의 면전에서 조롱과 질타가 이어졌다. 그러고선 오히려 3차 채권단 개혁안보다 더 혹독한 구제금융안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그는 그 모든 것을 수용해야 했다.



최종 합의안을 보면 그리스 국민은 세금폭탄을 떠안게 됐다. 핵심 산업인 관광·서비스 관련 업종은 지금보다 2배 많은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연금 수혜자들의 천국으로 불렸던 연금 제도도 '늦게, 덜 받는' 방향으로 구조조정됐다. 국제통화기금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국유자산 민영화 규모를 축소해달라는 치프라스의 애걸은 거부당했다. 오히려 그리스는 500억유로(62조8천억원)의 국유재산 민영화 펀드를 만들어 절반을 부채상환에 써야 하는 멍에를 쓰게 됐다. 이제 그리스는 이 펀드 조성을 위해 공기업이나 섬 등 국유재산 상당부분을 내다 팔아야 할 처지다. 마지막으로 간절히 바랐던 원금 30% 탕감 요구는 "자신의 부채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독일의 단호합 입장으로 묵살됐다. 상환유예와 만기연장이 그가 얻어낸 유일한 성과라면 성과지만 당장 갚을 돈이 없다는 점에서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리스의 백기투항'이다. 오죽하면 그리스 내에서 '독일의 쿠데타', '베르사유 조약(1차 세계 대전 패전 책임을 물어 독일에 엄청난 배상책임을 요구한 조약)보다 가혹한 협상안'이라는 평가가 나오겠는가.



우리가 그리스 사태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은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문제를 더는 내버려둬선 안 되며, 무분별한 공공부문 확대도 막아내야 하고, 공직 사회의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에 더욱 고삐를 조여야 한다. 무엇보다 재원 조달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그리스 역대 정권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내놓은 각종 정책이 오늘 그리스를 수렁에 빠뜨린 주범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국가 리더십이 미래의 국민 행복을 위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훗날 불행해 지는 것은 국민뿐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위기에 빠진 국가에 대해 주변 국가들은 이해와 동정 대신 모욕을 주고 심지어 경제주권까지 빼앗아 버린다. 모든 국민이 왕의 노예이거나 신하였던 고대 시대에 유일하게 자유를 갖고 있었던 그리스인. 그 자부심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그리스가 지금 독일 등 채권국들의 사실상 노예 신세로 전락해 버린 상황을 먼 남의 나라 일로만 보아 넘겨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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