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여권이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이후 빠른 수습을 해나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임 정무수석 비서관에 친박(친박근혜)계인 현기환 전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해 당청관계 정상화 의지를 보인 데 이어 12일에는 새누리당 쪽에서도 계파색이 옅은 원유철 의원이 원내대표에 단일후보로 출마해 14일 의원총회에서 합의추대될 예정이다.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과 유 전 원내대표의 진퇴를 둘러싸고 당청 및 친박-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과 권력 다툼으로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던 여권이 그나마 빠른 수습을 하고 있어 다행이다. 유례없는 갈등과 내분으로 큰 실망을 안겨줬던 만큼 당정청이 원활히 협력할 수 있는 새 진용을 하루빨리 가동해 국민에게 걱정이 아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
새누리당이 차기 원내대표를 사생결단식 경선이 아닌 합의추대 형식으로 선출하는 것은 당내 친박-비박계 갈등을 잠시라도 덮어두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원내대표 사퇴 뒤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을 둘러싸고 친박-비박계 간 갈등이 더 악화할 것이며 그 발화점이 차기 원내대표 선출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당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일찌감치 공감대가 형성돼 합의추대 쪽으로 분위기를 잡아왔다. 비교적 계파 색채가 없는 원 의원이 단일후보로 나서 합의추대로 방향을 잡음에 따라 일단 첫 발화점은 피한 셈이 됐다. 원 의원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로 PK(부산·경남) 출신의 비박계 3선인 김정훈 의원을 선택했다. 두 사람 모두 비박계이지만 계파색이 강하지 않아 당내에서 이렇다 할 반발은 없다고 한다. 원 의원이 정책위의장 후보를 고르면서 김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과 여러 차례 상의를 거쳤다고 하니 그 결과라고도 하겠다. 원내수석부대표와 사무총장·부총장 등 나머지 원내지도부와 주요당직 인선에서도화합과 탕평인사가 이뤄져 계파 갈등의 방아쇠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친박-비박계 갈등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이 아니어서 당내 분란은 언제든 재발할 소지가 있다. 그때마다 여권의 내홍은 국정 표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새 원내사령탑이 될 원 의원은 "국민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당청이 원활한 협조와 무한 협력 속에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차기 원내대표의 가장 큰 역할과 임무"라고 강조했다. 현 신임 정무수석도 당청관계가 잘 풀릴 수 있게 하는데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두 사람의 각오대로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당청 간에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는 시기다. 올해 전국단위 선거가 없어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과제를 추진할 적기로 삼았지만 공무원 연금개혁에 매달리다 상반기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게다가 막판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에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 사태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아무것도 못하고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했다. 박 대통령은 내달 임기 반환점을 맞고 하반기도 이미 시작돼 열흘이 넘게 지났다. 이제 당청관계를 새롭게 가져갈 진용이 갖춰지는 만큼 주요 개혁과제가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게 원활한 협력체제를 가동하는데 매진해야 한다. 여권의 새 진용은 올해 말이면 총선 정국으로 바뀌면서 개혁과제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골든타임도 끝이 난다는 점을 자각하고 다부진 각오로 당청협력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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