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LO도 인정한 '강제노동' 일본만 부인할텐가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7-10 13: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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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일본 외무성이 식민지 시기 조선인 징용자가 강제 노역을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전 세계 공관을 통해 홍보할 방침이라고 한다. 전시 징용 정책일 뿐인데 한국 정부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어 오해가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고 이런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일본 정부의 논리는 합방 상태에서 전시에 국민 동원령을 내린 것은 합법적인 자국민 동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메이지유신으로 근대화, 산업화의 노정에 들어선 뒤 전쟁을 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던가. 한반도를 차지하려고 두 차례의 전쟁을 일으켰고, 만주와 중국 대륙, 동남아를 삼키려고 또 수차례 전쟁을 도발했다. 결국 미국과의 태평양 전쟁에서 패배할 때까지 메이지 유신이후 그들의 역사는 오로지 전쟁과 전쟁준비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그 침략의 역사를 인정하라는 것이 한국, 중국 등 국제사회의 요구였다. 그런데 일본은 1931년 만주전쟁을 '사변'으로 격하하고, 1937년 베이징 교외 루거우차오에서의 군사행동으로 중일전쟁을 일으켰으면서도 이를 '루거우차오 사건', 또는 '지나 사변'이라 부르고 있다. 모든 아시아 침략 전쟁을 전쟁이 아니라 아시아 문명화를 위한 일본의 정책과 그로 인한 사건 정도로 왜곡하고 있는 것이 아베 정권과 일본 극우파들이다. 그러면서 강제 징용에 대해서는 전쟁 시기에 자국민을 동원한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전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전쟁 때문에 징용이 불가피했다는 일본. 어느 쪽이 진짜 일본인가.



국제노동기구(ILO)는 1999년 보고서에서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이 매우 열악해 평균 사망률이 17.5% 였고 어떤 곳은 28.6%에 달한 곳도 있었다고 적고 있다. 또 동원 노동자들에게 일본인과 비슷한 근로환경과 대우를 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대부분은 돈을 거의 받지 못하거나 무급으로 일했다는 주장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 민간산업이 처참한 환경 하에서 노동자들을 대거 동원해 노동을 시킨 것은 강제 노동을 금지하는 ILO 협약 위반으로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상시 전시체제였던 일본에서 민간기업이 식민지 국민을 징발해 강제 노역을 시킨 것은 명백한 불법 노동행위라는 것이 ILO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일본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군함도. 그곳에서 조선인 징용자들은 훈도시(일본의 남성용 전통 속옷) 하나만 걸친 채 45도가 넘는 지하 1천미터 막장 속에서 옆으로 누워 12시간씩 채굴을 해야 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나오지 못했고, 가죽 채찍을 맞아가며 일하는 노예의 삶이었다. 파악된 800여명의 징용자 가운데 공식집계로만 134명이 숨졌다고 한다. 누락자 수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런 곳이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현저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우리 국민은 지금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서 어두운 역사도 후손들에게 알릴 필요성이 있다면 그 역사적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명기하자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 국제사회가 그 타당성을 인정해 일본을 압박했고, 결국 일본 대표가 강제 노동을 인정하고 관련 내용을 홍보센터를 통해 알리겠다는 주석을 발표한 뒤 문화 유산 등재가 결정됐다. 그런데 일본은 등재 확정 몇 시간 만에 일본 대표의 발언은 '강제 노역'이라는 취지가 아니라며 발뺌을 하고 있다. 챙길 것은 다 챙겼으니 그 과정에서의 약속 따위는 헌신짝 버리듯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1999년 ILO 보고서 결정마저 바꾸자고 나오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유산 등재 때 약속했던 홍보센터 설립 등도 없던 일로 하거나 내용을 완전히 바꿔 버릴 가능성도 있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우리 정부와 민간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전 세계에 일본의 이중플레이를 알리고, 일본이 등재 결정 과정에서 약속한 추모 조치 등의 약속을 지키도록 압박해 나가야 한다. 혹시 모를 ILO 보고서 수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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