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한국 경제가 말 그대로 사면초가이다. 연초에 내수가 조금 회복되는 듯하더니 이후로는 어디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 수출 부진이 지속하는 와중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내수가 직격탄을 맞았고 최근에는 엔화 약세에 이어 그리스 위기, 중국 증시 폭락 등 대외변수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당장 우리 금융시장도 연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9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예측한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긴급처방인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마저 조속한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소식이다.
한은은 추경이 적기에 집행돼 성장률이 0.3% 포인트 가량 진작되는 것까지 고려해 올해 전망치를 내놨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11조8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이를 통해 올해 3%대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설명했는데 한은은 추경이 효과를 내도 3% 성장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지만 한국경제연구원은 2.7%, 금융연구원은 2.8%, 산업연구원은 2.9%로 내다봤다. 최근 그리스 사태와 중국의 금융 불안은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를 더욱 커지게 하고 있다. 그리스는 우리와 무역이나 투자액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이 미미하지만 세계 전체가 단일 경제권이라고 할 만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중국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는 지난달 12일 주가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한달도 안 돼 30% 이상 급락했다. 최근 1년새 150%나 올랐고, 1년 전에 비하면 여전히 80%나 상승한 수준이라 어쩌면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증시의 요란스러운 경착륙은 반드시 실물경제에도 문제를 일으키게 돼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2배에 가깝다. 국가부도 위험 지표인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5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급등한 것도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 기업, 가계 등 각 경제주체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정부는 내수 부양과 수출 확대 방안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면밀히 점검해 만일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지부진한 4대 개혁 작업에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 마침 정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관광·벤처·건축 분야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확정했다. 정부는 앞으로 2년간 '5조원+α' 규모의 투자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도 나섰다. 30대 그룹 사장단은 대외 불안 요인에도 예정된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하고 신사업 발굴에 나서는 등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고약속했다. 정치권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제라도 경기 활성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한다. 추경안도 신속하게 심의해 조속히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추경에 메르스 피해 대책이나 경기 활성화와 관계없는 지역민원성 선심 예산이 들어가 있으면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한다. 지금은 정치적 득실을 떠나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당위성에만 동의한다면 여야 모두 그 정도의 옥석 가리기는 금방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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