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서울시교육청이 2015년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에서 기준점수에 미달한 경문고·장훈고·미림여고·세화여고 등을 대상으로 6, 7일 열려던 청문회가 학부모들의 집단 반발로 모두 파행했다. 학부모들이 "자사고 죽이기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학교 관계자들의 청문회 참석을 막아 궐석으로 진행됐다. 시교육청은 의견서를 제출한 미림여고를 제외한 3개 학교에 소명 기회를 한 차례 더 준다는 방침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지정이 취소돼 자녀가 대학 진학 때 불이익을 받을 것을 걱정하는 학부모의 마음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집단행동으로 학교 측의 소명 기회마저 막은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자사고 존폐를 둘러싼 보수-진보 진영의 주장과 논리를 떠나 우리 교육현장에 학부모까지 나서 갈등을 겪는 것이 안타깝다.
자사고 학부모들의 반발에는 조희연 교육감의 '일반고 전성시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진보를 표방하는 조 교육감이 일반고를 고교 공교육의 중심에 세우려고 자사고 폐지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평가 결과도 못 믿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도 "서울교육청이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 표준안의 배점을 의도적으로 하향조정하고 재량평가 지표도 자사고 측과 사전조율 없이 교육청의 입맛대로 정했다"며 자사고 폐지를 겨냥한 편향된 평가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나 특목고 운영성과 평가를 놓고 학부모들이 집단반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특목고 및 특성화중학교 평가 때도 기준점수에 미달한 서울외국어고의 학부모들이 반발해 청문회가 열리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외고 측이 세 차례의 청문 기회를 모두 거부하자 특목고 지정취소를 결정했으며 교육부의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 교육부는 원래 지난달 말까지 지정취소 여부를 결정해 통보해야 하나 그러지 못하고 검토기간을 2개월 연장했다. 그만큼 어려운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일 터다.
자사고와 특목고는 보는 시각에 따라 고교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는 학교 또는 고교 공교육을 황폐화하는 '특권학교'로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꼭 유지해야 대상이 되기도 하고 반드시 폐지해야 할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실 교육부가 지난해 법령개정을 통해 자사고나 특목고 지정취소를 할 때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논란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할 수 있다. 일선 교육청에서 지정취소 결정을 내리더라도 교육부 장관이 최종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학부모들이 시교육청의 청문 단계에서 학교 관계자들의 출석을 저지하면서까지 집단반발한 것은 지나쳤던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불신하고 반발할 것이 아니라 청문회에 착실히 응해 소명할 건 소명하고 개선할 건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4월 운영성과 평가 당시 기준점수에 미달한 영훈국제중이 청문회에서 착실히 소명해 2년 뒤 재평가 기회를 얻은 것은 좋은 예다. 청문회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보다 이것이 더 학생을 위하는 길일 수 있다. 청문회를 여는 것만으로 학교 측의 자정노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지적도 생각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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