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리스 위기,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7-06 13: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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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그리스 국민이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거부했다. 그리스는 5일 국민투표에서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대한 우려에도 예상과 달리 60% 이상이 채권단의 제안에 반대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사태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에 빠져들게 됐다. 우리 정부도 파장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짜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반대표가 많이 나오자 유럽연합(EU),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관련 기구와 유럽 채권국들은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이 6일 전화 회의를 할 예정이고 7일에는 EU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양대 채권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제안으로 7일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가 열린다. 유럽의 느린 의사결정 관행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결정이 내려질지는 미지수지만 사태의 긴박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하루 이틀 사이에 이번 그리스 사태의 향방이 정해질 가능성도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많으면 부채 탕감을 포함해 더 나은 협약을 48시간 안에 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주변 상황을 보면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의 주장이 '희망사항'으로 끝나면 그리스는 전면적인 디폴트(채무 불이행), 은행 부도, 그리고 그렉시트의 총체적 혼돈에 빠져들 수도 있다. BNP 파리바 은행은 그렉시트 가능성을 70%로 전망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가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해놓고 이제 와서 '배째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지만 채권단의 요구가 그리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가혹한 내용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나라마다 경제 상황이 다른데도 단일통화를 사용하고, 같은 환율을 적용받는 모순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경제는 그 자체로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협상이 결렬되거나 장기화하면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조금씩 개선되던 유럽 경기도 급랭할 가능성이 있다.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미국 경제도 악영향을 받게 되면 9월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 인상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스의 붕괴가 우리 경제에 주는 직접적 피해는 제한적이지만 금융당국은 최악의 상황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촘촘하게 엮여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구조를 생각하면 작은 불씨도 큰불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사태로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큰 손들이 해외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우리 금융시장도 동요할 가능성이 있고 이런 불안 요소가 우리 경제의 다른 뇌관들을 건드릴 우려도 있다. 당국은 국제 금융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야겠지만 그리스 사태는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고, 개입할 여지도 거의 없다. 중요한 것은 위험한 뇌관을 제거하고, 제거하기 어려우면 웬만한 압력에도 점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는 좀 더 보수적인 시각으로 점검해봤으면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소득 상위 계층 부채가 많은 상황이라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항상 안이함이 화를 불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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