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중국 지안(集安)에서 한국 지방 공무원들이 탄 버스가 추락해 공무원 등 10명의 한국인이 숨지는 비보가 들려온 지 나흘 만에 사고 수습을 위해 파견된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중국 공안과 우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 모두 타살 혐의는 없다고 하니, 지금으로선 그가 투신자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황망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 원장의 명복을 빌며 하루빨리 정확한 사인이 규명되길 바란다.
그는 숨지기 전 여러 압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고를 당한 공무원 일행이 그가 원장으로 있는 지방행정연수원 중견리더 과정(사무관급) 교육생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희생자 시신 운구와 장례절차를 놓고 우리 정부, 중국 당국, 유족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최 원장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화장을 종용했지만 유족은 시신을 그대로 국내로 운구할 것을 원했고, 협의가 지연되면서 시신 훼손 우려로 유족들의 분위기가 격앙돼 있었다고 한다. 장례절차와 관련해서도 유족은 합동영결식과 장례를 정부주관으로 해 줄 것을 원했지만 정부는 시도에서 개별적으로 장례를 치르라는 입장을 고수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최 원장은 평소 부하직원을 배려하는 마음이 남달라 신망과 존경을 받아온 인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교육생을 잃은 참담함과 책임감에 더해 유족과 중국 당국, 한국 정부 사이에서 끼인 신세가 돼 겪었을 압박감 등이 결국 그에게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공직자들의 자살 또는 자살 시도는 주로 비리 혐의를 받고 수사 또는 감사를 받는 도중 많이 발생했다. 그러나 대형 사건사고 뒤 마녀사냥식으로 이뤄지는 여론의 비난이나 책임감,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 단원고 교감이 "혼자 살아서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도 그렇다. 그 역시 인솔책임자이면서 학생들보다 먼저 구조됐다는 여론의 비난과 질타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최 원장의 죽음은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 지방행정연수원 교육 공무원들의 집단 사망 사고에 따른 자책감 및 향후 책임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소한 무책임한 공무원 해외연수라는 비난 여론, 유족들의 거센 항의는 불가피했을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떠안고 가겠다거나, 또는 자신의 무고와 억울함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결기로 극단적 방법을 택하는 것은 모두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견지에서 볼 때 잘못된 선택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사건 사고만 터지면 자세한 원인이나 경과는 살피지 않은 채 일선 책임자나 관련 공무원에게 비난의 화살을 일단 쏟아 붓고 보는 사회풍토도 문제가 있다. 이번 버스 사고의 원인은 과속과 운전부주의에 의한 것이었다. 반드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비리와 무능 공무원들에 대한 질책과 비난은 마땅하지만 불가피한 상황까지 꼭 누군가의 책임을 묻고 분풀이를 하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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