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풍 참사 20년, `대형人災' 왜 반복되나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6-29 16: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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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20년이 됐다. 1995년 6월 29일 오후 6시께 서울 강남의 삼풍백화점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불과 20초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상 5층, 지하 4층 건물이 폭삭 주저앉으면서 고객과 종업원이 한꺼번에 매몰됐다. 이 사고로 502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1천여명의 부상자가 생겼다. 전시를 제외하고는 건국 이래 최대 참사로 기록된 사건이며, 이후 18년간 건물 붕괴로 인한 사망자수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긴 참사였다.



삼풍 참사의 원인은 안전불감증과 경영진의 안이한 대처였다. 여기에 뇌물을 받고 불법 설계변경을 승인해준 공무원의 부정부패도 끼어들었다. 당시 최고급 백화점으로 호황을 누리던 삼풍백화점은 건물 자체가 약하게 지어진 상태였지만 매장을 무리하게 늘리는 데 치중해 위험을 자초했다. 특히 사고 당일에는 5층 식당가 기둥에 금이 가고 천장이 내려앉았는데도 경영진은 건물 일부만 폐쇄해 놓고 영업을 강행해 화를 키웠다. 심지어 붕괴가 시작된 시점에 백화점 회장은 대피 지시도 내리지 않고 건물을 몰래 빠져나와 지탄을 받기도 했다. 매출에 지장이 생길까 봐 그랬다고 한다. 안전불감증에 도덕 불감증까지 겹친 일이었다.



당시 기록을 보면 붕괴 사고 발생 이후 관계기관은 허둥대다 효과적인 구조작업을 벌이지 못했다. 경찰과 소방본부, 서울시, 군이 체계적으로 공조하지 못해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재난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짜져 있지 못했던 탓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산하에 안전관리심의관실과 안전관리자문위를 뒀지만 제 역할을 할 수는 없었다. 급조된 재난 컨트롤타워가 갖는 한계를 확인했을 뿐이다. 불과 1년 전인 1994년에 성수대교 상판이 강물로 추락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해 32명이 사망했는데도 상황은 변한 게 없었다.



삼풍 참사 이후에도 대형 인재(人災)는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작년만 해도 연초에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로 대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쳤고, 4월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안산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안타까운 것은 이 사건들이 모두 인재였다는 사실이다. 시설물 관리자는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었고, 감독관청은 이를 묵인하거나 방치했다. 20년 전 삼풍 참사의 원인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는 데서 무력감마저 든다.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안전처가 새로 만들어졌다. 국민안전처가 만능 열쇠가 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대형 인재의 반복을 막는 첨병의 역할은 해야 한다. 대형 사고의 공통 원인이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해답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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