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는 2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놓고 찬반양론이 비등하다.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를 대법원이 8년 만에야 인정해 준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며 판결을 환영하는 목소리와 적법한 체류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을 왜 법으로 보호하려 하느냐는 반대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는 것이다. 찬성 측 논리는 이렇다. 내국인 노동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노조 가입자격이 제한되거나 이미 가입된 노조의 실체가 부정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주노동자들이 출입국 관리법에 따른 체류 자격이 없다고 해도 자신의 노동을 제공해 생계를 유지하는 한 헌법상 노동 3권이 제한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차별대우와 임금 체불에 시달리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본적 노동권을 보장받을 길이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외국인 노동 착취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크다.
반면 국제적으로도 범법자로 취급받는 불법체류자의 노조 설립을 허용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1심은 불법 체류자는 출입국 관리법상 취업이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에 적법한 근로관계가 계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 노동 3권을 행사할 법률상 지위가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소수 의견을 낸 민일영 대법관도 "국가는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제한하고 강제 퇴거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데 그런 국가가 불법 체류자의 활동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불법 체류자를 법률상 근로자로 봐야 하느냐는 근본적 물음을 놓고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도 여전히 논란이 가시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불법 체류 상태라도 노조법상 근로자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은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불법 체류자를 비롯한 외국인 고용과 관련한 법령과 노동 3권 보장은 엄연히 별개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불법 체류 자체는 불법이지만 불법 체류자라고 해서 '천부인권'마저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 판결의 취지인 것이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도 불법 체류자의 고용을 제한하고 강제 퇴거 등 행정적 조치를 취하지만 노조 활동을 포함한 근로자의 권리는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 기준이라고 한다. 물론 이번 대법 판결로 부작용이 우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불법 체류 근로자들이 세력화해서 체류 합법화 등 정치적 이슈를 제기할 개연성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대법원도 분명히 밝혔듯이 이번 판결이 불법 체류자에게 취업자격을 주거나 국내 체류를 합법화하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 또 불법 체류자는 엄연히 강제출국 대상이기 때문에 공개적 노조 활동은 현실적으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원은 "설령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우리 사회가 이를 극복할 만한 국가적 저력을 갖춘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충분한 심리를 통해 나온 대법 판결을 놓고 미리 부작용부터 걱정할 것이 아니라 이주 노동자 문제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정책적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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