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부권 충돌 정국 국민에게 엉뚱한 피해 없게 해야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6-25 18: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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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타임즈]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위헌 논란이 제기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여권 내 당청 및 친박·비박 갈등이나 여야 정면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헌법 수호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위헌성 있는 법률을 수용할 수는 없다는 원칙에 입각한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하고 말았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 일정 중단을 선언하는 등 여의도 정국은 격랑으로 빠져들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해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며 날 선 비판까지 내놓아 새누리당 내 갈등도 심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당분간 갈등과 충돌을 피할 수 없을 텐데 이런 일들이 국가적 위기상황을 가져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를 극복하는데 국력을 집중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에 벌어진 터라 참으로 걱정스럽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권한이다. 헌법 53조 2항에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되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우리 헌정사에서 이미 72차례나 행사된 바 있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재의요구안을 의결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를 도와줄 수 있는 여당에서조차 그것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국회선진화법으로 경제활성화·민생입법 등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차선책이 돼온 행정입법마저 발목이 잡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다 국회 요청의 강제성을 놓고 위헌적 요소도 있다고 판단했다. 법률로 공포한 뒤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구하는 방안 등 충돌을 피할 방안도 있었지만 선택지에서 배제됐다. 그만큼 단호한 결의를 보여줬지만 이에 따른 반대급부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일단 재의 일정이 잡힐 때까지 메르스 관련법 처리를 제외한 모든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우선 국회의장이 재의 안건을 부의하는 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프로세스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모든 여야 협상을 중단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할 에정이던 60여건의 법안은 언제 국회를 통과할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이 법안 중에는 소액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모집해 창업 벤처 기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일명 크라우드펀딩법)과 대형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권한을 지자체에서 금융위원회로 이관하는 '대부업법' 등 민생경제 활성화 법안도 포함돼 있다. 여야의 지지 속에 정부가 추진해온 15조+α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작업도 불투명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의도 정치권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정부가 제출한 민생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면서 당리당략에 따른 연계전략 입법을 해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이 국회에 접수됨에 따라 이제 공은 국회로 넘겨졌다. 새누리당 의총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재상정하지 않고 자동 폐기하는 쪽으로 당론을 잡았다. 재의결을 요구하며 의사일정 중단을 선언한 새정치연합과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수습이 먼저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사퇴를 촉구하는 의견도 나와 당내에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현 상황에선 정치권에 충돌을 최소화해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주문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거부권 행사 정국 속에 메르스 대처를 위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치권에 핵폭탄급 충격을 준 게 틀림없다. 이런 때일수록 냉철하게 생각하고 매듭을 풀 고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엉뚱하게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기에는 국내외적으로 헤쳐나가야 할 도전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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