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메르스 확산 사태가 장기화하고 직간접적으로 메르스 사태와 연관된 사람이 늘어나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현상이다. 의료진은 메르스 치료와 관련이 있든 없든 은근한 따돌림을 겪고 있고, 자가격리자들은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신적 외상으로 인한 후유증을 뜻하는 트라우마는 심리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문제다. 아직은 메르스 확산이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트라우마 관리도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격리대상자의 숫자라고 할 수 있다. 전염성 질환의 특성상 격리 대상을 최대한 크게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24일 현재 메르스로 인해 격리 상태에 있는 숫자는 3천여명이고 그동안 격리상태였다가 해제돼 일상에 복귀한 인원은 1만명을 훌쩍 넘었다. 이들은 격리 사실이 알려질 것을 두려워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국립서울병원 메르스 심리위기지원단이 전화상담을 한 결과를 보면 유가족과 격리 해제자 대부분이 최장 잠복기를 지난 이후에도 집에 갇혀 지내고 있다고 한다. 심리적 위축이 그만큼 큰 것이다. 메르스를 극복하고 퇴원한 확진 환자들은 정도가 더욱 심하다. 확진 환자들은 주위의 시선이 두려운 상황에서 혹시 후유증이 있지는 않을까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들도 모두 피해자일 뿐인데 이처럼 2차 피해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라는 게 안타깝다.
메르스가 아직은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신종 질병이기 때문에 기존 의료시스템을 완벽하게 신뢰하지 못하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확인된 의학적 사실마저도 믿지 못하고 공포심만 키우는 건 옳지 않다. 특히 완치자와 자가 격리자들이 기피 대상이 되는 현상은 맹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일종의 사회적 폭력이며 불안만 증폭시킬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배척보다는 포용이, 의심보다는 이해가 요구된다. 메르스 피해자들도 트라우마로 인해 우울증, 무기력, 분노 등의 감정을 조절하기 어렵다고 느낀다면 공공의료기관에 설치된 심리지원기구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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