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23일 문을 열었다.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의 역할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살펴보고, 기록해 증거로 보존하는 일이다. 이는 북한 내에서 일어나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 사태에 대한 유엔 차원의 책임 규명을 목적으로 한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월 북한에서 반(反) 인도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1년간의 조사 활동이 집약된 이 보고서는 북한의 반 인도적 행위에 대한 책임추궁 등 후속 조치를 위한 조직 설치를 제안했고 이 권고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대북 인권결의안 채택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우리 정부가 사무소 설치를 위한 교환각서를 지난 5월 체결했고 이번에 북한인권사무소 개소로 이어졌다.
북한인권사무소는 5명가량의 작은 규모로 활동에 들어가지만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나온 첫 번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사무소의 활동 내용에는 북한 인권 상황의 관찰 및 기록, 책임 규명, 관련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개입 확대, 국제사회의 관심 환기 등이 망라돼 있다. 북한 내 인권 침해 상황이 심각한 지경이며 국제사회가 이를 방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특히 책임 규명과 관련한 부분은 향후 인권 침해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활동으로 인권사무소가 단순히 선언적 존재로만 머물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는 대목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유엔과 국제 사회 의지가 북한 내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북한은 사무소 개설을 앞두고 격렬하게 반발해 왔다. 북한 조평통은 지난달 29일 서기국 보도를 통해 "공공연한 대결 선포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징벌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사무소 개설 며칠 전인 지난 19일에는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조직위에 이메일을 보내 대회 불참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북한인권사무소 개설이 내정간섭이며 북한 체제 전복을 노린 것이라는 인식 아래 나온 반발의 연속선상이다. 이에 따라 교착상태에 놓인 남북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인류의 보편가치인 인권 문제에 있어서 북한의 이런 정치적 반박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인권은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식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국회에서는 지난 2005년 북한인권법이 처음 발의된 이래 10년째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여당안은 물론이고 야당이 지난해 4월 발의한 관련 법안도 제출된 상태다. 여야는 외교통일위원회 차원에서 여야의 북한인권법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북한인권법에 대한 전향적 자세를 주문한 이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거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 등 정치·사회적 격랑 속에서 이슈 자체가 묻히고만 느낌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을 통한 법안 채택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여야 합의라는 모양새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차제에 상임위 차원에서 어렵다면 여야 지도부가 직접 나서서라도 합의를 모색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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