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부업계 최고금리 인하, 불법사금융 대책도 내놔야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6-23 14: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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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정부가 대부업계의 최고금리를 29.9%로 낮추기로 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1.50%까지 떨어졌는데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계의 최고금리는 34.9%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인하폭에는 다소 이견이 있으나 정치권도 대체로 금리 인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최고금리를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무난해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함께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등 4대 정책금융상품 공급액을 1조2천억원 늘리고 이들 상품의 대출 상환금리는 10.5%로 1.5%포인트 낮추는 등 서민금융지원 강화방안을 내놨다. 이번 기회에 경기 침체로 고통을 겪는 서민들에게 초저금리의 온기가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한다. 하지만 정책 취지와는 달리 불법 사금융이 더욱 활개를 칠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겠다.



대부업계에서 '금리 1%대 시대'는 남의 나라 얘기이다. 지난 4월 대부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상위 20개 대부업체 중 14곳의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34.9%, 5곳이 34.8%, 1곳이 34.7%로 사실상 모두 법정 최고 이자율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계는 제도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마지막 단계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대부업을 이용하는 사람은 약 27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은 평균 30%를 웃도는 고금리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찮아도 경기가 나쁜데 금리까지 이렇게 높으면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곤궁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부업체가 자율적으로 금리를 낮추거나, 대출금리를 신용등급별로 차등해 적용하도록 규율하는 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법적으로 최고금리를 낮추는 것은 시의적절한 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문제는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신용등급이 9∼10등급인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부업계는 원가 금리가 30%대라서 최고금리를 낮추면 역마진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업 최고금리가 66%였던 2007년에는 신용 9∼10등급의 고객 비중이 40%였는데 지금은 13∼14%라고 한다.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이 비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번 조치로 8만-30만명의 저신용자들은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릴 수 없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등록 대부업체 수도 줄어든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부업체는 8천694곳인데 이번에 최고금리가 5%포인트 인하하면 500∼1천500곳이 폐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법적인 금리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이들은 지하로 숨어들어 불법 사금융에 나설 공산이 크다.



불법 사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피도 눈물도 없는 '막장'이다. 연이율 수백%는 보통이고 1만%가 넘는 곳도 있다. 그나마 대부업체에서 30%대의 이자를 냈던 저신용자 중 상당수는 살인적인 고금리와 불법 채권추심, 금융사기가 횡행하는 정글로 내동댕이쳐질 위험에 처한 것이다. 금융소비자원이 "시장을 무시한 인위적인 이율 낮추기 정책의 효과가 의문시된다"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이들을 위한 지원방안을 내놨지만 그 혜택이 밑바닥까지 미칠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부당하고, 정부 서민금융 정책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의 자금수요는 무려 40조원 가량이라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대부업체 집중 점검, 시민감시단 확충, 신고포상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사금융 척결 특별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불법사금융을 '금융 5대악'으로 규정한 만큼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금융소외 계층이 더 깊은 고금리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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