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역의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신규 메르스 확진자 가운데 의료진 2명이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 전공의는 70대 여성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을 때 바이러스에 노출됐고, 삼성서울병원 방사선 기사는 감염경로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로써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의료진은 모두 14명으로 늘었다. 전체 환자의 9%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그 외 병원 종사자까지 포함한 감염자 비율은 28명에 달하고 전체 환자 대비 비율도 17%로 올라간다. 이 정도면 일반인의 감염 위험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현 상황에서 급하게 대처해야 할 일이 많겠지만 일선 의료진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우선적으로 취해져야 한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처음 노출된 의료진은 첫 환자로부터 감염된 365열린의원 원장이다. 당시 메르스에 대해 전혀 몰랐던 원장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를 했다가 감염됐다. 다행히 이 원장은 증상 발현 직후 빠르게 대처해 완쾌됐다. 이와는 달리 건양대병원에서는 의료진이 N95 마스크와 고글, 방호복 등 개인보호장구를 갖춘 상태였지만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감염되기도 했다. 이밖에 35번 환자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 의사는 위중한 상태다.
가장 아쉬운 사례는 76번 환자가 일으킨 연쇄 감염이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76번 환자는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의사와 구급대원, 환자를 잇따라 감염시켰다. 고령의 이 환자는 지난 5일 낙상으로 엉덩이뼈가 골절되자 사설구급차를 불렀고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거쳐 건국대병원에 입원했다. 이때 이 환자는 자신이 메르스 2차 유행의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들렀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결국 제대로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못한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 레지던트와 구급차 운전기사, 동승한 구급요원이 감염됐다. 환자만 부주의했던 게 아니다. 방역 당국은 이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을 들른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고 제대로 연락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칙만 제대로 지켰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방역 최일선의 전문 인력이 이런 식으로 손상을 입는 것은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의료진 발병은 대규모 확산의 위험을 키운다는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다소 주춤했던 메르스 추가 확진자가 하루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보건복지부의 17일 집계를 보면 의심환자 8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아 환자 숫자가 162명으로 늘었다. 격리자는 하루새 900여명이 증가해 6천508명이 됐다. 사망자도 1명 늘어 20명이 됐다. 최장 잠복기를 넘긴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예상 밖으로 5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아직은 불안정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정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위험에 상시 노출된 의료진을 확실하게 보호돼야 한다. 이는 보건당국은 물론이고 병원, 그리고 환자의 자발적인 노력이 결합해야 달성될 수 있다. 혹여 의료진 감염은 지역사회 전파와는 무관한 의료체계 내의 일이라고 역차별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선 의료진들은 자신과 가족들이 `메르스 왕따'로 고통받는 야속한 현실에 눈물을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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