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여론 중요성 일깨워준 고리 1호기 폐로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6-12 17:33:00
  • -
  • +
  • 인쇄

[ 부자동네타임즈] 정부가 12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위원회를 열어 "원전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가동을 영구 정지키로 했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한국수력원자력에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폐로)를 권고하는 형태이나 한수원 측이 이를 무시하고 계속운전을 신청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내 37년 원전 역사상 첫 폐로를 결정한 셈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로인 고리 1호기는 1차 수명연장이 끝나는 2017년 6월까지만 가동하고 폐로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고리 1호기는 지난 2007년 6월30일 설계수명(30년)이 끝났으며, 한수원 측은 '경제성'을 내세워 2027년까지 2차 수명연장을 시도하다 지역사회 여론에 밀려 첫 관문도 못 넘고 주저앉았다. 고리 1호기 폐쇄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던 서병수 부산시장은 "하나로 뭉친 지역사회의 힘이 이뤄낸 결실이자 위대한 부산시민이 일궈낸 역사적 산물"이라고 환영했다고 한다.



한수원은 원전의 안전성이 확보되고 경제성이 있으면 계속운전을 추진한다는 기본 입장에 따라 고리 1호기 수명연장을 모색해 왔다. 특히 설계수명은 원전 설계 때 원전의 안전성과 성능 기준을 충족하면서 운전 가능한 최소한의 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설계수명을 넘어 운전기간을 1∼2차례 연장해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한수원이 내놓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35기 중 204기(46.9%)가 30년 이상 가동되고 있으며 40년 이상 운전 중인 원전도 51기(11.7%) 달한다. 또 설계수명이 종료된 122기 원전 중에서 83기가 계속운전 중이며 설계수명 종료와 함께 폐로가 된 원전은 7기에 불과하다고 한다. 경제성에서도 국회 예산정책처는 고리 1호기의 2차 수명연장으로 1천166억원에서 1천928억원의 순이익이 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계속운전에 대한 심사지연, 지역지원금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3천억원대의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반박도 있었으나 고리 1호기를 폐로하고 화력발전으로 대체하면 연간 890억원이 더 소요된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확보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경제성을 따질 게 아니라 가장 오래되고 고장이 잦은 노후원전은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폐쇄돼야 한다며 수명연장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지금 안전하다고 해서 7∼8년 후에도 안전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논리도 폈다. 지역주민이 반발하고 지자체는 물론 여야 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고리 1호기 수명연장은 넘을 수 없는 산이 돼버렸다.



이번 고리 1호기 폐로 결정은 원전 수명연장에 있어 경제성, 안전성 등을 따지는 것에 못지않게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입증했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은 이미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증폭된 상황이었다. 여기에다 고리 1호기의 고장이 국내 24개 원전 고장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잦은데다 원전부품 위조 사건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고리원전 주변 주민들을 똘똘 뭉치게 했고 정치권까지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한수원은 계속운전 신청을 위해 최근 21개 분야에 걸친 안전성 평가 보고서까지 확정해 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안전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는 아예 쓸모없게 됐다. 고리 1호기가 멈춰도 전력 생산 비중이 1%에도 못 미쳐 전력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첫 폐로 결정은 고리 2호기를 비롯해 2025년까지 설계수명이 줄줄이 종료되는 5기의 수명연장에도 영향을 미쳐 전력수급에 차질을 초래할 수도 있다. 원전당국은 이번 고리 1호기 폐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에너지 장기수급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