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막기위해 방역당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확진자 발생 병원이 늘어나는 등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9일 메르스 추가 확진자는 전날 23명에서 8명으로 크게 줄었다. 2차 유행의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발 확진자가 17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당국의 예상대로 삼성서울병원발 확진자는 절정을 지나 진정돼 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진자가 없던 서울아산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등 3곳에서 확진자가 나와 이 환자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처음부터 다시 추적해 격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병원들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측되지만 날마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슈퍼 전파자'가 될지도 모를 확진자가 나옴으로써 방역당국이 애를 먹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이 방역당국에 건의한 폐렴 환자에 대한 전수조사 방안은 그런 점에서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민간 전문가 중심의 '즉각대응팀' 공동팀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 이사장이 제안한 방안은 특정한 날을 정해 메르스가 발생한 지역의 모든 병원에 입원한 폐렴환자를 조사해 메르스 감염 의심환자를 찾아내자는 것이다. 이런 전수 조사를 통해 찾아낸 감염 의심환자를 격리하면 입원실은 메르스 청정지역이 되고 그다음부터는 외래나 응급실 방문자 중 메르스 의심환자를 가려내면 슈퍼전파자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메르스 감염자가 단순 폐렴 환자로 진단받아 일반 병실이나 응급실에 방치되는 바람에 슈퍼 전파자가 됐다는 감염학회의 분석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평택성모병원발 1차 유행은 1번 환자를 단순 폐렴 환자로 진단해 격리가 늦어지면서 발생했고, 삼성서울병원발 2차 유행 역시 폐렴증세를 보이던 14번 환자가 메르스 환자라는 사실을 늦게 확인한 게 원인이 됐다. 지금까지 메르스 감염이 지역사회에서는 진행되지 않고 병원 내에 국한된데다 전국 응급실 237곳에 메르스 의심환자 선별진료소를 운영해 새로 병원을 찾는 의심환자를 걸러낼 수 있는 만큼 전국적으로 실행에 옮겨볼 만한 방역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일단 10일부터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서울시, 경기도, 대전시, 충남 아산시 등 4개 지역의 폐렴 환자를 상대로 메르스 감염 여부를 일제히 조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날 처음 열린 범정부 메르스 일일 점검회의에서 김 이사장의 건의를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폐렴환자 전수조사 대상 지역을 4곳으로 국한하는 것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메르스 확진자가 4개 지역 이외에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고, 병문안 방문자 등 당국의 밀접 접촉자 추적망에 포착되지 않은 감염 의심자가 전국에 흩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4개 지역 밖 병원에 입원한 폐렴 환자가 잠재적 메르스 슈퍼전파자가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날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여야의원의 질타를 받고 "환자 파악이 너무 늦었고, 파악 후에도 관리망을 너무 협소하게 짰다"고 시인했는데 일제 조사 대상을 4개 지역에 한정함으로써 또 그런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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