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보건당국이 5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의 실명을 공개하고 '위험시기'인 지난달 15∼29일 이 병원을 방문한 사람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이 병원은 '슈퍼전파자'로 알려진 1번 환자(68)가 15∼17일 입원했던 곳으로 현재까지 발생한 41명의 환자 중 30명의 감염과 관련돼 있다. 가히 메르스 진원지라고 할만하다. 감염원에 노출된 사람을 모두 조사해 연일 이어지는 메르스 확산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니 이제야 방향을 옳게 잡은 것 같다. 발생 초기단계에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염려스러운 상황으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첫 환자가 발생하고 보름이상 지난 뒤에야 신고를 받겠다는 것이 개탄스럽지만 이제라도 그런 조치로 선회한 것은 다행이다. 또 뒤늦게나마 국가지정격리병원 중 메르스 환자관리의 중추 역할을 해온 국립의료기관 1곳을 임시 격리병원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자가격리에 불응하는 의심환자를 의료시설에 강제 격리키로 하는 등 강화된 조치를 취하는 것도 메르스 확산의 고삐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현재의 메르스 확산 국면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감염이 아직 병원 내에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염자 관리가 곳곳에서 구멍이 뚫려 병원 내 감염으로만 그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에게 감염된 14번 환자(35·남)는 지난달 27일 큰 병원으로 가기 위해 평택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 뒤 호흡곤란 증세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가 격리 조치됐다. 이 환자의 옆 병상에서 다른 환자를 진료하던 의사(38)를 감염시킨 걸로 봐서는 불과 몇 시간 전 같은 시외버스에 탔던 승객들에게 옮기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 환자가 이용한 버스편 등 이동경로 역시 공개하고 승객들의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는 것이 마땅하다. 전북 순창에서는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지난 22일 퇴원한 A(72·여)씨가 평택 아들집에서 자가격리 하라는 보건당국의 지시를 무시하고 자신의 집으로 내려가 생활하다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때문에 마을주민 105명 전체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보건당국은 A씨가 순창으로 이동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자가격리자 관리가 정말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이다. 이래서는 병원 내 감염으로 그치길 기대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잠복기에는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우려가 없고 2차, 3차로 갈수록 전염력이 약해져 지역사회로 광범위하고 전파되는 '판데믹(Pandemic)'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한다. 그러나 만에 하나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되는 순간 지금과는 다른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낮게만 보지 말고 대비책을 세우고 예방조치도 취해야 한다. 병원 밖 감염을 확인한 뒤 대처하면 이미 늦기 때문이다.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초동대처 실패처럼 병원 밖 감염 대책이 만시지탄이 돼서는 안 된다.
지금은 보건당국의 빈틈없는 방역대책도 중요하지만 온 사회가 나서 메르스가 대재앙이 안 되도록 합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사회 공동체 전체보다는 자신만 생각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의 행태는 정말 볼썽사납다. 충청북도와 충주시의 경우 충주 안림동에 있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자활연수원을 메르스 환자 격리시설로 사용하려던 보건당국의 계획에 맞서 지역 공무원과 주민들이 길을 막는 등 실력행사를 해 무산시켰다. 메르스 환자가 없는 '청정'지역인데 왜 우리 지역이냐는 이유에서다. 강원도 역시 같은 이유로 도내 거점 병원에 메르스 환자를 수용해달라는 보건복지부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또 메르스 전염 가능성을 들어 일부 지역에서 의료인 자녀의 등교거부 움직임까지 있어 대한의사협회까지 나서 "의료인들의 환자 진료의지를 크게 저해할 수 있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메르스 위기를 넘긴 뒤 되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이성적 판단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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