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꽉 막힌 한일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정·관·재계 원로들로 구성된 '한일 현인(賢人)회의'가 1일 발족 이후 두 번째 모임을 서울에서 가졌다. 이들은 회의에서 종전 70주년인 올해 양국 관계가 발전하고 좋아지기를 바란다면서 "양국 지도부의 큰 결단이 필요하다"며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했다고 한다. 이들은 회의가 끝난 뒤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하고 이런 뜻을 직접 전달했다. 지난 3월 도쿄에서 첫 회동을 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으니 이제 양국 정상에게 현인회의의 입장이 모두 전달된 셈이다.
한일 현인회의가 발족하게 된 배경은 양국 정부 간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절충이 난항을 겪고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을 보다 못해 민간외교 차원에서 원로들이 관계 개선의 해법을 모색하고 관계 정상화의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에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한일관계 악화가 현실적인 이해의 대립보다는 국민감정에 의해 촉발되는 면이 큰 만큼 양국민 사이의 이해 부족 또는 오해를 풀기 위한 명망 있는 원로들의 논의기구는 매우 중요할 수 있다. 이들의 현명한 상황 진단과 미래 방향 제시가 자국 국민을 설득하고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한일 관계 진전에 매우 값진 공헌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이들이 과거 유력 정치인이자 관료였던 까닭에 이들의 조언과 당부는 자국 정부의 대외정책결정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의 모임을 한 현인회의가 '현명한 원로들의 모임'이라는 명칭에 맞는 역할을 하는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지금까지는 양국 정상을 만나 '조속히 정상회담을 가지라'고 촉구한 것 외에는 한일 관계를 가로막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현명한 해법을 공개된 말만으로는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뢰하고 가장 가까운 친구라는 믿음을 갖고 얘기를 나누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 "규모는 작지만 매우 힘있는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둥 원론적이고 당연한 얘기만 나온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정치인들이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지적 정도가 새롭다면 새로운 얘기일 뿐이다.
한일 관계 개선의 해법은 굳이 현인회의의 도움까지도 필요없는 너무나 명료한 문제일 수 있다. 관계를 어렵게 만들어 가는 것은 일본이고, 그로 말미암아 외통수로 몰리는 것은 한국이다. 미국으로부터 관계 개선 압박을 받고 있지만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적 행보가 뻔히 읽히는 상황에서 국민정서를 무시한 채 모르는 척 손을 잡아주기가 민망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가 왜 오늘 이처럼 어려운 지경에 몰렸는지를 경륜과 덕망을 지닌 원로들이 솔직하게 진단하고 이를 풀기 위해 한일 양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를 날카롭게 제시한다면 그들의 목소리가 지니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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