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집단자위권 행사 사전동의 확실히 해야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5-31 18: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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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일본이 한반도 지역에서 자위대의 집단자위권 행사 때 우리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에 동의하고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갖기로 했다. 한민구 국방장관과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이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 첫 양자회담을 갖고 이런 합의를 했다고 한다. 이르면 내달부터 한미일 차관보급 3자 안보토의(DTT) 틀 내에서 진행하고 필요하면 한일 국방정책실무회의도 가동할 계획이다. 이 회의에서는 한반도에서의 집단자위권 행사 절차와 범위, 방식 등을 두루 논의하게 된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문제는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 민감한 현안임에도 과거사·영토 갈등 등에 밀려 본격적인 논의는 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안보, 경제 등을 과거사 문제 등과 분리해서 다루는 '투트랙' 전략으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이 4년 4개월 만에 열리고, 한반도에서의 집단자위권 행사 문제를 다룰 실무협의를 진행키로 한 것은 다행스런 진전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나카타니 방위상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는 우리 측의 요청 또는 동의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어떤 경우에도 국제법에 따라 타국 영역 내에서 일본 자위대가 활동할 때 해당 국가의 동의를 얻는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방침이며 이는 한국에도 당연히 해당된다"고 답했다.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으면 안 된다'와 '국제법에따라 당사국의 동의를 얻는다'는 기존 양측의 입장을 똑같이 되풀이한 셈이다. 양측이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동의했지만 우리는 사전 동의에 방점이 있고 일본 측은 사후 동의까지 포함한 것인지 여전히 모호한 어법을 구사하고 있다. 실무협의를 통해 일본 자위대가 어떤 상황에서 한반도 지역에 출병하게 되는지, 우리 정부의 동의절차는 언제, 어떤 채널로 밟은 것이지 등을 분명히 정하고 확실해 해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정부의 줄기찬 요구에도 그저 '주권을 존중한다'는 '립서비스(lip-service)' 수준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에 그친 새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처럼 될 수도 있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지난 18일 북한이 미국을 미사일로 공격하고 또다른 미사일 발사를 준비 중이라면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해 미국과 함께 북한 기지를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한 장관이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이며 (북한 미사일기지 공격 시에도) 우리의 사전 협의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나 이렇다저렇다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내에서 북한지역을 공격하는 것까지 남한 정부의 동의를 얻는 것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은 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 국회에서는 안보법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집단자위권을 허용하는 사례를 야금야금 늘리는 것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안보법제 중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한반도 영역에 진입할 때 한국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근거가 될 '영역국가 동의' 규정은 다른 나라 군대의 후방지원 활동을 다루는 중요영향사태법안에만 들어가 있고 집단자위권 관련법인 무력공격사태법 개정안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한다. 집단자위권 문제는 일본의 주권적 성격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남의 나라 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DTT를 통해 실무협의가 진행되는 만큼 우리 정부가 우려하는 상황과 요구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모호한 부분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감으로써 안보적 이익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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