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미국 군(軍) 연구소가 부주의로 살아있는 탄저균을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로 배송해 요원 22명이 균에 노출된 사고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치사율이 95%에 이른다는 맹독성 탄저균이 공기 중에 방출되면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979년에는 러시아에서 소량의 탄저균에 노출된 79명 중 68명이 사망했고, 9·11 테러 직후 미국에서는 우편물을 통한 탄저 테러로 5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미군 측은 실험도중 이 표본이 활성화된 상태인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폐기처분했으며 실험요원들에게 항생제와 백신을 투여하는 등 적절한 의료 조치를 해 현재까지 누구도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탄저균에 노출되면 1~6일 후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공기 중에 섞인 경우라면 60일 이상이 지나고 나서 증상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주한미군이 탄저균 실험을 왜 하는지, 언제부터 해왔고, 얼마나 자주 했는지 등에 대해 우리 군에 전혀 정보를 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SOFA)은 위험 물질 반입 때 우리 질병관리본부 등에 통보하게 돼 있다. 그러나 미군 측은 훈련용 탄저균 표본이 비활성 상태였기 때문에 그동안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해명했다고 한다. 주한미군이 탄저균 실험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의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해 제독 실험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으로만 알려졌을 뿐이다. 이 또한 우리 군의 추측일뿐 미군이 밝힌 내용은 아니다. 군 관계자조차 "미군이 전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우리도 답답하다"고 토로할 정도라고 한다.
과거 미군 궤도 차량에 치여 숨진 효순·미순양 사건 때도 주한미군은 우리 군과 정확한 상황과 정보를 제때에 공유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탄저균 배달 사고도 마찬가지다. 쉬쉬하면 더 큰 오해와 불신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탄저균과 같은 치명적인 화학무기는 언제든 괴담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인터넷 환경이다. 최소한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탄저균 실험을 했는지, 그리고 이번 배달 사고가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우리 군에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우리 군도 미군에 적극적으로 정보 공유를 요구해야 한다. 주한미군과 우리 국방부가 이런 민감한 사안에서 상대방의 정보에 갈증을 느끼는 소통부족의 상황이라면 '한치의 빛도 샐 틈 없는 한미 동맹'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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