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정치연합 '육참골단'보다 더한 각오해야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5-27 17: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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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의 전권을 부여받은 혁신위원회가 27일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식 출범했다. 혁신위 구성이나 인선 등은 아직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나 내달 초까지는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쇄신작업에 나선다고 한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첫 기자회견에서 "지금부터 패권과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계파 모임조차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의 앞길을 가로막는 그 어떤 세력이나 개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결의를 보였다. 또 "새정치연합의 모든 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낮은 자리에서 겸허히 혁신에 동참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누구나 예상하는 것이지만 당내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반발이 혁신위 활동에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초반부터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혁신위가 앞으로 마주할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내비치는 것이어서 비장하기까지 했다.



혁신위가 다룰 핵심 과제인 공천개혁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할 정도로 민감한 문제다. 혁신위가 출범도 하기 전에 흘러다니는 소문만 갖고 당사자들이 발끈하는 분위기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혁신위가 호남물갈이론, 다선용퇴론을 추진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자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호남·486, 이렇게 집어서 물갈이 대상으로 정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또다른 당내 분란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고 넘어갔지만 공천개혁이 본격적으로 다뤄졌을 때 벌어질 논란과 갈등을 미리 본 것 같다. 혁신위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계파에 휘둘리면 수습은커녕 척결해야 할 계파갈등이 더 증폭될 것을 걱정하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지금의 새정치연합을 '맹자'에 나오는 중국 제나라의 민둥산인 우산(牛山)에 비유했다. 원래 나무가 울창했으나 도끼로 베고 싹이 날 만하면 소와 양을 데려와 뜯어먹게 함으로써 민둥산으로만 기억되는 우산처럼 새정치연합도 원래는 국민과 당원의 지지를 받는 희망의 정당이었지만 당내 패권 추구와 계파 이익을 우선시하는 풍조가 '싹'을 먹어치움으로써 이제는 국민과 당원들이 무능력하고 무기력하며 무책임한 정당으로 보도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정당개혁, 공천개혁, 정치개혁을 통해 '실력 있는 정책 정당', '활력 있는 젊은 정당', '책임있는 신뢰 정당'으로 환골탈태시켜 "당원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이 포진해 있는 정당의 혁신이 혁신위원장의 의지만 갖고 안 된다는 점은 과거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받아들일 의지가 없어 시늉만 하다 사장되고만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새정치연합의 이번 혁신위도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했다고는 하지만 최종 권한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가 쥐고 있다. 혁신안 집행은 최고위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저 자신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솔선수범 의지를 나타냈다고 한다. 상대의 뼈를 끊기 위해 내 살도 베어 내주겠다는 각오로 당의 혁신을 위해 자신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친노-비노 계파 갈등을 비롯한 당내 사정을 감안할 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상대의 살을 베어 내기 위해 내 뼈까지도 끊을 수 있다는 더 큰 각오가 필요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당 쇄신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야만 김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새정치연합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희망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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