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고위급 교류 활성화와 과거사 문제는 별개다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5-24 16: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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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23일 도쿄 공용회의소에서 2년 6개월 만에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가졌다. 한일 간 과거사·영토 갈등이 격화하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부총리급 이상 고위 각료가 일본을 방문한 것은 최 부총리가 처음이라고 한다. 회의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대응, 기업 보유금의 투자 전환, 신규 벤처기업 육성, 동아시아지역포괄경제파트너십(RCEP)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진전을 위한 노력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까지 채택했다. 그러나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통화 스와프 재개 같은 양국 간 최대 경제 현안은 아예 회담 의제로 오르지도 못했다. 회담의 실질적 성과보다는 만남 자체에만 의미를 둔 회담이었던 셈이다.



또 오는 30일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4년여 만에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개최될 예정이고,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도 26~27일 서울에서 열린다. 과거사 문제를 안보·경제·문화 등 상호 호혜적 분야와 분리하는 우리 정부의 '투트랙' 기조하에 양국 고위급 간 교류가 부쩍 강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런 비정치분야의 교류 활성화가 과거사 문제를 희석시키는 모양새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상회담 개최 등 완전한 관계 정상화로 나아가는 것에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방미 때'침략'과 '사과'라는 말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또 지난 20일 일본 국회에서 열린 당수 토론 때도 "2차 대전이 잘못된 전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야당 당수의 질문에 특유의 교묘함으로 답변을 회피하다가 "총리로서 자격이 없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를 논의하는 전문가 회의 좌장격인 니시무로 다이조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담화에 '사죄'를 꼭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피력하기도 했다. 아베 내각의 역사 인식에 단 한치의 태도 변화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미일동맹 격상 이후 미국을 등에 업고 한국에 관계 개선을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까지 감지되고 있다.



아베 정권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데도 그들의 도발을 없던 것으로 하면서 미래의 상호 협력만 얘기할 수는 없다. 이는 우리 스스로 일본의 억지 주장을 눈감아 주고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투트랙 정책과는 별개로 정상회담 개최 등 완전한 관계 정상화로 나아가려면 아베 정권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선결조건이라는 원칙은 결코 저버려선 안 된다. 이를 위한 외교적 압박과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조급해하지 말고 원칙을 갖고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 행보에 말려들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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