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땅콩회항' 조현아 석방, 뭔가 허탈하다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5-22 15: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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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폭언과 폭행을 하고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려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43일 만에 풀려났다. 2심 법원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직후다. 항소심 재판부는 22일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와 피해자의 상처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반성했다"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한 차례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지자마자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법원을 떠났다. 대신 변호인이 "피고인을 대신해 사죄드린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한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2심 재판은 이례적으로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첫 공판이 열린 지 두 달이 되지 않았고 재판도 3차례만 열렸을 뿐이다.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해야 할 내용이 많지 않고 '법리에 관한 판단' 부분만 남아 있어 그렇게 했다고 한다. 재판부가 충분하게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겠지만 `양형을 낮추는 선에서 재판을 빨리 끝낸다'는 변호인단의 전략과 묘하게 맞아 떨어져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재벌 봐주기라는말이 돌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항소심의 최대 쟁점은 과연 조 전 부사장의 행위가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항로변경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해 정상 운항을 방해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벌금형이 허용되지 않고 징역형만 내려야 하는 중죄다. 1심은 항로변경죄를 인정해 법률상 최저 형량인 징역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로변경 혐의를 무죄로 봤다. 지상 계류장에서 항공기가 움직이는 것은 항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항로변경은 공중뿐 아니라 이륙전 지상까지 포함한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1심과는 다른 판단이다. 이렇게 1, 2심이 다른 판단을 내린 이유는 국내법에 항로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로변경죄가 인정된 것도 이 사건 1심 재판이 처음이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항로'를 둘러싼 해석이 일치된 것이 없는 상황이니만큼 이번 사건은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 판례를 확립하는 게 옳아 보인다.



법리 문제는 재판부가 사심 없이 판단했으리라고 믿는다. 다만 결과만을 놓고 볼 때 `집행유예 석방'이 국민 법감정과 일치하는 정도는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땅콩 회항'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오너가의 경영진이 직원을 비인간적으로 대하고 모욕한 '갑질'에 그치는 차원이 아니다. 조 전 부사장의 행위는 영문도 모르는 250명의 승객을 무시하고 멋대로 피해를 준 일이기도 한 것이다. 누구라도 그런 행동을 할 권한은 없다. 더구나 조 전 사장은 사건 초기 거짓해명으로 일을 키우기도 했다. 위법성을 엄격히 따지는 문제와는 별개로 이런 저간의 사정을 짚어보면 이번 석방 판결은 뭔가 허탈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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